[사설]地自制개선은 자치논리로

  • 입력 1997년 6월 27일 19시 41분


민선(民選)지방자치 실시 2주년을 맞아 내무부가 내놓은 「지방자치 발전 10대과제」엔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주민투표법과 주민발안제의 도입은 지역정책에 대한 주민의 직접결정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교부세율을 상향조정하겠다는 생각도 옳다. 다만 개선방안 중 일부가 주민자치보다 중앙의 정치논리에 치우친 듯한 감을 주는 것은 문제다. 우선 현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고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을 배제한다는 계획은 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치권의 제도개선 논의 때마다 대두돼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 문제를 내무부가 새롭게 들고나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연말 대선에서 여당이 국회의원선거의 중대선거구제 전환을 공약으로 삼으려는 때에 내무부가 먼저 멍석을 깔아주는 느낌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지방선거의 분리실시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배제 문제 등도 같은 논리에서 내무부가 앞서 거론할 사안은 못된다. 오히려 중앙과 지방의 업무분장을 더욱 세분화하고 지방의 인사 자율권을 보장하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당장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자는 주장도 좋지만 있는 제도의 틀 안에서 지자제를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지자제의 개선방안은 중앙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주민편익을 실현하는 자치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행정에 반영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어야 한다. 내무부는 10대과제 중 우선 현행법 틀 안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부터 손질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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