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림大 일본학硏 「일본학총서」

  • 입력 1997년 6월 24일 08시 10분


우리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 모멸과 선망, 증오와 경탄, 늘 이중성으로 다가오는 나라 일본. 65년6월22일 도쿄에서는 한일협정 조인식이, 서울에선 한일협정 반대시위가 있었다. 그후 32년, 우리는 일본을 얼마나 알았고 얼마나 극복했는지. 지일(知日)을 표방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곤있지만 때로는 상업적이고 감정적인 까닭에 일본은 있는건지 없는건지, 극일(克日)의 길은 어디에 있는건지 알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와중에도 3년째 묵묵히 소리내지 않고 일본을 파헤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한림대 일본학연구소(소장 지명관교수)가 「일본을 알고 나서 비판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일본학총서」(소화 발행). 25권이 나왔고 내년말까지 총 52권이 완간된다. 이 총서는 「일본인의 일본 읽기」가 주류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등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바라본 자화상이다. 정치 경제 역사 문화 생활 등을 총망라, 일본인 스스로의 일본관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 우선 섬뜩할 정도로 일본적인 「중국사상과 일본사상」(역사학자 쓰다 소키치 지음)을 보자. 일본문화는 일본민족의 독자적 역사발전에 의해 형성된, 중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 유교나 불교는 일본문화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며 나아가 일본 특유의 역량으로 자신의 문화에 세계성을 부여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기비판적인 글이 더 많다. 일본 정신의 비합리적 배타적 속성을 비판하면서 「일본적」 「일본의」라는 수식어를 아예 떼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국문학자 이타사카 겐의 「일본인의 논리구조」. 저팬 넘버원에서 비롯된 일본인의 공허한 자부심에 경종을 울리는 「일본적 경영」, 덕(德)보다 지(智)에 치중함으로써 총체적 위기에 빠진 교육 실상을 고발한 「일본의 교육」 등. 특히 이 책들은 일본의 흔적을 적잖이 답습해온 우리에게 뼈저린 충고인 셈이다. 하나 더, 야나기 무네요시의 「다도(茶道)와 일본의 미」를 빠뜨릴 수는 없다. 한국인보다 한국미와 한국문화재에 관심을 기울였던 야나기. 우리 문화 우리 것에 대해 「미운」 일본인보다도 무관심한 우리가 부끄럽기도 하다. 일본학총서는 우리에게 바로 이런 것, 일본이라는 거울을 통한 자기성찰이다. 지명관교수의 말처럼 「자기 비판이 있어야만 남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날카로운 메시지인 것이다. 〈이광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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