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판사들의 「한총련 특강」 소동

  • 입력 1997년 6월 18일 20시 07분


서울지방법원 형사담당 법관 40여명이 지난 14일 申健洙(신건수)서울지검 공안2부장을 초청, 한총련의 실체와 학생운동의 성격에 대해 「특강」을 들은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법원측은 『한총련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록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실무에 밝은 전문가의 설명을 미리 듣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특강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물론 판사들이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학자나 검사 변호사 등 누구라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무고한 시민을 「경찰 프락치」로 오인해 때려 숨지게 하는 등의 폭력성을 드러낸 한총련의 베일에 싸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지식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만간 한총련에 대한 재판을 담당해야 할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한총련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에게서 사건과 직접 관련있는 주제에 관한 「특강」을 들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이는 법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특정사건에 대한 예단이나 편견을 갖게 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관들이 스스로 제정한 법관윤리강령(제9조)에 「법관은 재판업무와 관련하여 법령이 허용하는 절차 밖에서 당사자 또는 그 소송대리인이나 변호인 등과 면담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는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대한변협은 지난 16,17일 각각 성명을 내고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벌써부터 한총련 소속 학생들에 대한 변론을 맡은 변호사들은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특강을 들은 것은 재판부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낼 태세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매지 말고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선인들의 지혜를 한번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하종대(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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