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D-21]北京의 통치전략

  • 입력 1997년 6월 10일 07시 47분


북경(北京)의 인민대회당에는 전국 각성(省)별로 회의실 겸 사무실공간이 마련돼 있다. 최근 단장을 끝낸 홍콩청은 기존의 여타 성이나 직할시의 사무실보다 훨씬 넓은 5백여평의 면적에 최고급의 대리석으로 장식돼 있다. 특히 홍콩청의 주회의실은 금빛찬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36명의 홍콩대표가 사무를 보게될 인민대회당의 홍콩청이 이처럼 초호화판으로 꾸며진 데서도 중국이 홍콩경영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인에게 홍콩반환의 의미는 단순히 식민지를 되돌려받는다는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홍콩이 접수되는 순간 중화민족은 식민지백년의 치욕을 씻고 자랑스러운 미래로 향할 것』이라는 북경외국어대 徐翌成(서익성)군의 말처럼 중국인들에겐 굴욕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과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일국양제(一國兩制)원칙에 입각한「홍콩인에 의한 홍콩통치」(港人治港)방침을 천명, 주권반환 이후 홍콩주민들은 아무런 동요를 느낄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홍콩은 더욱 번영할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의 王風超(왕풍초)부주임은 『경마도 원래대로 하며, 주식도 예전대로 투자하고, 춤도 계속해서 추게된다』(마조포 股照炒 舞照跳)는 말로 중국정부가 홍콩인의 일상생활을 보장할 것임을 강조한다. 중국은 홍콩경영의 성패가 국제무역 및 국제금융의 중심지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해나갈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필요하다면 1천여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서라도 홍콩달러화의 가치를 안정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북경정부의 복안이다. 江澤民(강택민)주석 등 중국지도부가 이처럼 홍콩경영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홍콩통치결과가 현 지도부의 집권능력을 나타내는 바로미터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별다른 잡음없이 홍콩을 안정적으로 통치해나갈 경우 강주석의 정치적 리더십은 강화될 것이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도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뜻대로 될는지는 속단키 어렵다. 한세기에 걸친 영국통치로 서구적 가치관에 익숙해진 홍콩인들이 사회주의체제의 중국식 통치에 고분고분 따라줄지 의문이다. 언제 어떤 일로 홍콩이 요동쳐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른다. 鄧小平(등소평)은 생전 『어떤 홍콩사람이 공산당과 중국을 욕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만약 「민주」라는 간판아래 대륙반대의 기지로 만들려한다면 반드시 개입해야만 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중국지도부는 등의 이같은 홍콩인식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 분명한 만큼 반환후 홍콩이 겪을 풍파도 만만치 않다. 〈북경〓황의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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