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자들의 위장투기

  • 입력 1997년 6월 10일 07시 47분


공직자들이 현지 공무원의 협조아래 거짓으로 주소를 옮겨 인기 아파트를 가로챘다. 거주자에게 그 지역 분양아파트의 당첨우선권을 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정직하게 순위를 기다려 온 집 없는 서민들이 한탄할 일이다. 위장전입(僞裝轉入)은 오래 전부터 아파트 투기(投機)에 악용되어 온 상투 수법이다. 감사원이 이번에 조사한 경기 용인 수지지구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용인시로 전입한 3만9천9백여가구 가운데 주소만 옮긴 경우가 2천7백여가구나 되었다. 이 가운데 3백38가구가 아파트에 부정 당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얄밉게 악용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가운데 공직자가 34명이나 끼여 있고 위장전입과 아파트 부정당첨을 감시하고 막아야 할 현지 공무원들이 오히려 그것을 돕거나 묵인했다는 사실이다. 어느 이장집엔 22가구가 주소만 옮겨 놓았고 심한 경우 집도 없는 논 밭 주소에 15명의 주민등록이 되어 있었다. 공직엔 권한이 있다. 그 권한은 국민이 봉급을 주며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공직이란 본인은 물론 공직자끼리의 이익을 위해 악용할 수 없는 것이다. 공직자가 야합해 공직을 악용한다면 국민이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의 위장전입과 아파트 부정당첨에 어떤 압력이 작용했거나 또는 이해가 개입했다면 그것은 범죄다. 법규를 바로 집행해야 할 공직자가 그 의무를 게을리한 책임도 크다. 공직자는 물론 민간인의 경우도 그렇게 따낸 아파트 당첨을 무효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장전입 공직자와 위장전입을 방조한 공무원에게는 그 이상의 처벌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이 사회에 질서가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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