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한국 아마바둑,「만년꼴찌」 벗어날까

  • 입력 1997년 6월 1일 09시 31분


한국 아마추어 바둑이 「만년 꼴찌」를 벗어날 수 있을까. 프로들이 세계정상을 구가하고 있는 반면 아마바둑은 20년 가까이 일본과 중국에 밀려 뒷전에서 맴돌고 있다. 오는9일부터 5일간 일본에서 세계 46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세계 아마추어 바둑 선수권대회」(일본기원 주최)에 눈길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아마국수인 李鶴容(이학용·43)7단이 출사표를 냈다. 목표는 우승이다. 올해로 19년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한번도 우승을 낚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자세다. 이7단은 지난해 아마국수위를 8년만에 되찾는 저력을 보였다. 기력도 점차 중후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7단이 정상에 오르려면 일본과 중국의 막강한 「20대 기수」들을 꺾어야 한다. 일본 아마바둑은 신예의 약진이 매우 두드러진다. 60,70년대를 풍미한 히라타(平田博則) 기쿠치(菊池康郎) 하라타(原田稔) 무라카미(村上文祥) 등 이른바 「사천왕(四天王)」에 이어 이마무라(今村文明·47)와 히라오카(平岡聰·26)7단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무명의 대학생인 사카이 히데유키(坂井秀至·23)가 바통을 이어받아 처녀출전한다. 사카이는 지난해 아마 본인방전과 아마 위기 최강전 우승을 차지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중국은 「프로급 아마」로 불리는 劉鈞(유균·24)7단이 나온다. 프로에 입문했다가 아마로 전향한 유7단은 최근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열린 중국내 신인왕전에서 「중국의 떠오르는 별」 常昊(상호)8단을 누르고 우승,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이 대회를 프로입문의 「관문」으로 활용했다. 섭위평 馬曉春(마효춘) 曹大元(조대원) 劉小光(유소광)9단 등 중국의 톱랭커들이 이 대회를 통해 데뷔했다. 중국은 18차례 대회 중 11번이나 우승을 휩쓸었다. 반면 한국은 기재(棋才)가 있는 젊은 아마들이 조기에 프로로 입문해버려 아마 정상급이 40대 「고참」들로 정체되어 있다. 18차례 대회중 세차례 준우승한 것이 고작이다. 결국 이번 세계아마선수권대회는 한국의 「40대 중견」이 패기와 힘으로 가득찬 일본과 중국의 「20대 신예」를 제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수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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