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인철/『효과 의문』「날림 과외대책」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교육부는 12일 국회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공동대책위」에 과열과외 완화대책을 보고했다. 위성과외방송을 오는8월 시작하고 학생들의 방과후 교내과외활동을 다양화 활성화하겠다는 것 등이 골자다. 긍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부분이 이미 보도된 것이거나 현재 진행중인 정책을 다시 엮어놓은데 불과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실제로 가볍게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우선 기존 교육방송(EBS)의 과외방송시청률이 고교생의 경우 19%밖에 안되는 마당에 위성과외방송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미흡하다. 교육부는 지난 3월26일부터 3일간 서울 강남지역의 초중고 5개교 1천54명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시청희망자가 80%를 넘어 반응이 좋은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보겠다는 학생은 40%도 안되고 나머지는 호기심을 나타낸데 불과했다. 특히 현재 과외를 받고 있는 중고교생의 70%가 위성방송이 생겨도 과외를 계속 받겠다는 대목은 슬그머니 빼버렸다. 이는 과외의 중독성(中毒性)을 말해주는 중요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총리실의 독촉때문에 서두르다 보니 모집단 선정 등에 문제가 있어 과학적조사라고 하기엔 부끄럽다』고 실토했다. 그동안 과외기회를 갖기 어려웠던 도시소외층과 농어촌 섬지역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했어야 마땅했다. 교육부는 방과후 교내과외활동으로 6조8천억원의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최근 교총이 추정해 발표한 올 한해 과외비 총액 9조4천억여원의 70%이상이 해소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너무 안이한 계산이라고 본다. 사교육비문제 해결에 고심해온 교육개혁위원회를 이번 논의에서 아예 배제하는 등 교육당국이 정치권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외문제 해결에는 역시 학교교육의 정상화 이외에 왕도(王道)가 없다. 이인철(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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