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트피플 대비책 시급하다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북한 주민 두 가족 14명이 어선을 타고 서해 해상을 통해 남으로 귀순해 왔다.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의 북한 주민이 해상을 통해 북한에서 남한으로 직접 내려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북한 탈출에 충격과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의 귀순에는 타고 온 어선에서 한국산 담배와 라면, 모토롤라 휴대전화와 라디오가 발견되는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첫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해상을 통해 남으로 직접 망명해온 첫 케이스임이 틀림없다. 치밀한 사전 준비로 신의주와 철산에서 어선에 나누어 탄 두 가족이 북한의 해상 경비망을 뚫고 험한 파도와 싸우며 77시간의 목숨을 건 항해끝에 망명에 성공한 것은 한편의 드라마라고 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최근 굶주린 주민들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초소를 늘리는 등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도 오는 10월부터 탈북자나 중국내에서 탈북자를 도와 한국이나 제삼국으로 출국시키는 행위에 대해 무겁게 처벌하기로 했다. 오는 7월1일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돼 탈북자들의 홍콩을 통한 망명도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6, 7월이면 비축 식량이 바닥날 것이라는 등 북한의 식량난이 날로 절박해지면서 북한 당국의 주민 통제력이 크게 약화된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해상을 통해 직접 남으로 망명을 시도할 북한 주민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북한 보트피플은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발등의 불」로 현실화했다. 베트남 보트피플처럼 백만명단위로 대량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백명 천명단위의 발생은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 당국이 그런대로 주민을 통제할 수 있을 때의 일이다. 만일 북한의 체제위기가 심화되거나 내분이 발생해서 주민 통제력을 잃게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북한 보트피플의 대비책과 수용 보호 정착에 이르기까지의 현실적인 실행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오는 11월까지 1백명의 탈북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우고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해나가기로 했다고 하지만 당장 수백명의 보트피플이 한꺼번에 밀어닥쳤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오는 7월14일 발효되는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은 영해로 들어온 사람이 탈북자로 확인되면 모두 수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대량 탈북자가 생길 경우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미국 등 우방과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조로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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