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月60만원으로 사는 맞벌이부부 유정길-이지현씨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36분


원 세상에. 서울에서 한달에 60만원 가지고 어떻게 사나. 독신도 아닌 부부가.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러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불교환경교육원의 유정길사무국장(37)과 정토불교대학의 이지현사무국장(35) 부부가 바로 그들. 둘 다 대학시절부터 독실한 불교도여서 그런지 무소유의 삶이 몸에 배었다. 결혼생활 7년째. 잠만 잠깐 자고 나오는 집은 경기 고양시 용두리 무허가 비닐하우스. 처녀 총각 때부터 몸담아 왔던 지금 일터에서 한달에 각각 30만원씩 받는다. 합하면 60만원. 아이는 아직 없다. 둘다 너무 바빠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습니까. 돈주고 사면 다 내 것입니까. 환경문제는 바로 「내 것」이라는 소유개념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죠. 배우고 힘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가난」 혹은 「주체적 청빈」이 필요한 때입니다』 왜 대학까지 나왔으면서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유씨의 명쾌한 대답이다. 유씨가 실제로 한달에 버는 돈은 보통 5,6건씩 있는 출장강연료와 각종 매체에 글을 쓰고 받는 원고료만 해도 1백50만원이 넘는다. 남편엔 못미치지만 부인 이씨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그런 가욋돈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몸담고 있는 일터에 운영비 명목으로 몽땅 헌금(?)해 버린다. 한달 30만원 쓰기에도 벅찬데 웬 돈이 더 필요하냐며. 그러면 유씨부부는 그 60만원을 어디에 쓸까. 이들은 맨먼저 각각 7만5천원씩 뚝 잘라 서울 정릉에서 홀로 사시는 유씨의 노모에게 용돈으로 드린다. 합계15만원. 장남인 유씨는 이게 적어 늘 마음에 걸리지만 노모는 잘 이해해 주신다. 그 다음이 비닐하우스 공동생활비로 5만원씩 합계 10만원. 비닐하우스에는 그들 부부만 사는 게 아니다. 많을 땐 15명에서 적게는 3,4명이 산다. 어쩌다 단속반에 걸려 철거라도 당할 때면 다시 짓느라 또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결국 60만원에서 35만원이 남는다. 부부 한사람에 17만5천원꼴. 유씨는 그걸로 사람들과 만나며 어쩌다 밥값 술값(한달 4만∼5만원)도 내고 담뱃값(한달 2만원)도 한다. 뉴스플러스 등 각종 시사잡지를 구독하는데 한달 3만여원. 부부가 함께 영화나 연극도 본다(한달 2만원). 나머지는 대부분 교통비로 나간다.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시내 가까운 곳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걷는다. 얼마 전부터 북한돕기 성금도 한달에 1만원씩 내고 있다. 가끔 이웃돕기 성금도 낸다. 식사는 아침만 집에서 먹고 점심 저녁은 일터에서 공동으로 해결한다. 물론 이때의 식비는 직장에서 낸다. 부인 이씨의 씀씀이도 대동소이하다. 지역의료보험료(한달 2만9천원) 등의 항목이 유씨와 다르다면 다르다. 옷은 둘다 사서 입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재활용센터를 이용한다. 『수행하러 굳이 산중의 절에 갈 필요가 있나요. 저잣거리에서 욕심없이 사는 게 최고의 마음공부죠. 가진 것이 없으니 생각이 자유롭고 집착이 없으니 남을 잘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석가 탄신일을 이틀 앞둔 12일 부인 이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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