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홍콩]조영복/영국의 유산 「대중교통」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36분


오는 6월30일 자정 홍콩에서는 역사적인 주권 이양식이 거행된다. 오랫동안 이땅에서 펄럭이던 홍콩기가 제일 먼저 내려지고 이어 영국기가 내려진다. 7월1일 들어서면서 빈 깃대에 홍콩의 대외명칭인 「특별행정구」기를 올리고 다음 중국기를 올리는 식으로 이양식은 진행된다. 지난 4월 이미 중국의 인민해방군 선발대가 홍콩에 입성했고 전세계 학교의 교과서 내용을 바꾸는 변화가 진행 중이니 이양은 이미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영국은 홍콩에 무엇을 남겼을까. 아시아의 금융 무역 교통 서비스 중심지라는 통상적 수사는 각설하고 해발 5백52m의 산봉우리를 정상으로 한 제주도 땅의 25분의 1에 불과한 홍콩섬에 들어찬 모든 것이 바로 증거가 아닐까. 바다와 접한 곳의 초고층빌딩과 산중턱의 초고층아파트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도로망과 버스 지하철 전차 등 대중교통수단. 크게 흠잡을 수 없는 설치와 운영이 구체적인 증거다. 특히 산중턱에 밀집한 아파트 주민들의 출퇴근 보행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시내 중심부에서 산중턱까지 깔아 놓은 총연장 8백m의 에스컬레이터는 대표적인 증거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3천만달러(2백68억여원)를 들여 93년10월 완공한 이 명물은 폭이 1m로 중간중간에서 내릴 수 있도록 20개의 부분으로 연결해 해발 1백35m 지점까지 연결되는데다 모두 지붕으로 덮여 있어 우천시에도 이용에 지장이 없다. 운행시간은 오전6시부터 밤 10시까지. 오전6시부터 10시까지는 산에서 내려오도록 하향회전, 오전10시부터 30분간은 상향회전을 위한 부분전환, 오전10시반부터 밤 10시까지는 시내에서 산으로 오르는 상향회전을 하게 된다. 하루 평균 3만4천명이 이 에스컬레이터를 사용하며 유지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간 57만달러(5억여원)라고 한다. 어느 한가한 일요일 오후였다. 에스컬레이터는 이용자가 필자를 포함해 불과 몇명 뿐인데도 보행인을 부르기라도 하듯 상향회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 서울 지하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중 과연 몇대나 가동되고 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까지 했다. 조영복 <홍콩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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