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관 신바람건강법 ⑩]肝이 부은 사람들

  • 입력 1997년 5월 13일 08시 36분


비만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지방간까지 있는 S씨(42)는 진짜 간 큰 남자였습니다.

간에 지방이 쌓이고 부어서 정상인보다 30% 이상 커져있는데도 제 충고를 한 귀로 흘려듣는 것이었습니다.

지난번에 찾아왔을 때 술을 끊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피해 체중을 3㎏ 정도 빼야 몸이 좋아진다고 했건만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습니다.

무슨 배짱인지 운동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검사결과가 나쁘게 나왔지요.

『운동이 좋은 것은 알지만 회사 업무가 많아 늘 피곤한데다 시간도 없어서…』

S씨처럼 변명하는 사람이 많으니 참으로 큰일입니다. 연일 기름진 식사와 술자리가 계속되고 퇴근은 물론 가까운 곳에 점심 먹으러 갈 때도 승용차를 몰고 갑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입니다. 폭탄주를 목안에 들이붓고 휴일에도 쉴새없이 격무에 시달리며 직장에서 상사와 인간관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도 간은 묵묵히 참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면 적신호를 보냅니다. 지방간도 「간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빨간 불 표시이지요. 이것을 무시하고 달리면 사고가 발생합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간기능이 저하돼 조금만 운동하면 눈앞이 어리어리하고 쓰러질 것 같아서 오래 지속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과학적인 운동 처방에 따라서 서서히 체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간이 나쁜 사람은 빠르게 걷기 조깅 등산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면 심폐기능이 좋아집니다. 몸 구석구석까지 산소가 공급돼 병에 대한 저항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아무리 유산소운동이라도 강도가 세거나 오래 하면 좋지 않습니다. 음식물 대사가 간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식후 1시간 정도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간을 도와주는 일입니다.

체력은 서서히 길러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몸의 상태에 따라 운동량을 가감해야 합니다. 따라서 승부를 다투는 운동은 금물입니다.

복식호흡이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간단한 체조 몇가지를 익혀 시간나는 대로 하면 피로감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간질환에는 절대 술을 피해야 합니다. 영양제나 드링크제도 남용하면 간에 무리를 줍니다. 음식은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되 단백질 과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다행히 간 큰 남자 S씨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운동처방에 따라 1년반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정상체중을 회복하고 지방간에서 벗어났습니다.

간이 나빠도 얼굴이 시커멓게 되고 운동을 많이 해도 햇빛에 그을립니다. 똑같이 얼굴이 까맣게 되어도 건강 상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자,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황수관 <연세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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