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돈없으면 무용 관두라뇨』

  • 입력 1997년 5월 10일 20시 17분


「돈이 없으면 무용을 하지 말라니요」. 지난달 30일부터 중앙대 안성캠퍼스 예술대학 건물에 이런 내용의 구호가 나붙었다. 무용학과 학생 1백여명이 S교수의 부당한 행위에 항의, 수업을 거부한 채 학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 티켓 강매, 잦은 의상 교체와 불필요한 특강으로 인한 과다한 금전적 부담…. 지난해 12월의 일이었다. S교수는 자신이 실질적 운영주인 B학원의 공연 티켓을 7장씩 봉투에 넣어 학생 전원에게 돌렸다. B학원은 중고생 대상 무용입시학원. 지난 8일 밤11시경 농성장에서 만난 이모씨(21·여)는 『그래도 명색이 대학생인데 아이들 공연을 보면서 뭘 배우라는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일부 학생들은 S교수의 지시에 의해 그 공연에 출연까지 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들의 불만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5년 「농무」라는 작품을 S교수의 지도로 초연(初演)했을 때 1인당 수십만원씩 드는 의상을 B학원의 단골의상실에서 맞췄어요. 96년 이 작품을 작품 제목만 바꿔 두 차례 더 공연하면서도 같은 의상실에서 새로 의상을 맞추도록 지시하더군요』 이밖에도 학점과 무관한 특강을 매주 1회씩 듣게 해 특강비도 매달 5만원씩 부담해왔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 한 남학생은 비장한 표정으로 『무용계는 어느 분야보다 인맥에 따라 모든 게 좌우되는 곳인데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벌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장래 사활을 걸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학생들과 면담을 하겠다던 S교수는 약속시간인 10일 오후 끝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학 고위관계자는 『S교수에게 사실을 확인해본 결과 어느 정도 인정은 했다』며 『정확한 진상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 동료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학교 무용과나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왜 하필…』이라며 푸념했다. 〈금동근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