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서로사랑 옷은행」개설 이영성씨

  • 입력 1997년 4월 29일 09시 03분


주말이었던 26일 오전 경기 성남시 중동제2사회복지회관 2층에 입주해 있는 「서로사랑 옷은행」. 금광동에서 왔다는 40대 주부 윤묘순씨가 쇼핑백에서 여름정장 두벌과 홈드레스 한벌을 꺼내 「은행장」 이영성씨(51)에게 건네며 말했다. 『날씨가 더워 초여름 옷을 꺼내 정리했어요. 내일 등산가는데 입을 만한 옷을 보여주세요』 주부들은 이 은행에 안 입는 옷을 가져오고 필요한 옷을 구해간다. 누구든 헌옷 세점을 이 은행에 기증하면 「까치통장」을 받게 되고 이 통장으로 어떤 옷이든 한점에 1천원씩 몇점이고 구할 수 있다. 은행장 이씨는 『대개 모르는 사람이 입던 옷을 가져다 입는 것을 낯설어 하지만 어울려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이웃사촌의 옷을 입는 것이 그리 꺼릴 일은 아니다』고 말한다. 까치통장을 갖고 있는 회원은 현재 3천4백명. 성남뿐 아니라 서울 인천 수원 김포 등 수도권지역에서 하루평균 50여명이 이 은행을 찾는다. 영세민에게는 무료로 옷을 내주지만 한달평균 30여만원이 모인다. 이씨가 처음 상대원동 자신의 집에 옷은행을 개설한 것은 92년. 강원 춘천에서 16년간 중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80년 성남에 정착한 이씨는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공허한 구호보다 피부에 와 닿는 생활운동을 하자」고 느꼈던 것. 『어느 집이나 집정리를 하고 나면 안입는 옷이 한보따리는 나옵니다. 나에게는 선뜻 손이 가는 옷은 아니지만 남들에게는 훌륭한 외출복 실내복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재활용하자는 취지로 은행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에 가져올 수 있는 옷은 깨끗이 손질된 것이어야 한다. 유행이 지난 것도 받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따로 모아뒀다가 국제기아대책기구를 통해 몽골 르완다 등 외국으로 보낸다. 이씨도 까치통장을 갖고 있다. 마음에 맞는 옷은 1천원을 내고 가져다 입고 같이 살고 있는 며느리(24)에게도 권한다. 처음에 꺼리던 며느리도 요즘엔 「옷선물」을 기다리는 눈치다. 한때 서울 등지에 옷은행이 많이 생겼지만 몇개월 못가 문을 닫은 것은 모두가 일회성 행사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이씨는 지적한다.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상설기구화한 것이 이 옷은행의 성공비결이라는 것. 이곳에서의 수익금은 경로당이나 소년소녀가장돕기에 쓰인다. 경기도의회 의원이기도 한 이씨는 이곳 경험을 토대로 각 지역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대해 수도권 지역에 옷은행 지점을 열 계획. 〈김진경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