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서울시 장학사 송인빈씨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따가운 햇살 아래 서있는 송인빈씨(44·서울시 장학사) 가족의 시선은 온통 장남 용훈이(문일중2)의 손에 들린 빨간색 글라이더에 모여 있었다. 『와!』 손끝을 떠난 글라이더가 매끄럽게 날아오르자 여동생 혜원이(문백초등학교5)는 탄성을 터뜨렸다. 지난 19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공군참모총장배 모형항공기대회가 열리고 있던 공항에서 1천3백여명의 대회 참가자들이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등을 다루느라 부산하게 손을 놀렸다. 송씨는 이미 16년째 이 대회에 참가해온 베테랑 모형비행기 동호인. 부인 최영미씨(40·동일여고교사)와 자녀들도 자연스레 뒤를 이어 가족 모두가 이 대회에 참가해왔다. 이날 중등부 글라이더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용훈군과 초등부에서 장려상을 받은 혜원이뿐 아니라 가족 전원이 수상경력을 갖고 있을 만큼 모형비행기 날리기에는 전문가들이다. 송씨가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과 함께 모형비행기를 날리는 데는 또다른 속뜻이 있다. 재료를 직접 다듬어 글라이더를 만들고 이것을 제대로 하늘에 날리기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인내심을 배우는 것은 다른 어떤 교육으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 글라이더를 장시간 떠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과학적 원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효과도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용훈이는 지난 94년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청소년 과학경진대회 과학상자 초등부 부문에서 과학상자속에 든 모터 건전지 등의 재료를 이용, 「움직이는 두더지」를 만들어 금상을 차지했다. 용훈이는 『그저 즐겁고 뭔가 해낸 것같은 느낌이 좋아서 글라이더를 날린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전자오락에도 몰두해 봤지만 괜히 몸만 피곤하고 뭔가 허전하죠』 중학교 2학년생답지 않게 어른스런 말이다. 「진짜 비행기」를 만드는 항공기회사의 사장이 되는 것이 용훈이의 꿈. 자녀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하는 송씨 부부의 교육법은 학교 성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부인 최씨는 『남편이 성적문제로 애들에게 야단치는걸 한번도 못봤다』고 말했다. 송씨부부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와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전부라고 믿는다. 최씨는 하루 1시간씩 신문을 뒤져 용훈이가 좋아하는 과학기사나 혜원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기사를 오려 화장실 입구의 메모판에 붙여놓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자율성을 줘 혹시 잘못 되지나 않을까 겁도 나지요. 하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스스로 많은 것을 배워 나가리라 믿어요』 글라이더를 날리는 믿음직한 용훈이의 어깨를 뒤에서 바라보던 송씨의 말이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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