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테이프」수사 『갈짓자』…정치권 눈치보기 의혹

  • 입력 1997년 3월 18일 19시 45분


金賢哲(김현철)씨의 YTN사장선임 인사개입 의혹이 수록된 비디오테이프 도난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지나친 정치적 고려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7일 『비뇨기과전문의 朴慶植(박경식)씨가 국민회의 李聖宰(이성재)의원과 서울시 金熙完(김희완)정무부시장으로부터 메디슨관련 내용을 녹음해 놓으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며 『김부시장을 소환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경찰은 그러나 하루만에 이같은 방침을 바꿔 『김부시장은 물론 이의원에 대한 소환방침도 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확실한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박씨의 말만 믿고 야당의원과 차관급인 서울시부시장을 소환할 수 있겠느냐』며 번복이유를 설명했다. 『물증이 없기 때문에 김부시장 등과 박씨의 대질신문이 더욱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 『수사원칙상 그래야 하지만 두사람에 대한 소환이 국민에게 「야당에 대한 물귀신작전」으로 비쳐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해 두사람을 소환하지 않는 이유가 딴데 있음을 내비쳤다. 경찰이 또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갖고 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梁大錫(양대석)사무국장에 대한 조사에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은 양씨에게 여러차례 「경찰에 나와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을 뿐 양씨가 출두하지 않아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관계자는 『만일 경찰이 시민단체의 대표격인 경실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거나 양씨를 체포하려 했다면 「경찰이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빼앗아 진실을 은폐하려 한다」며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한때 박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처럼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얼마 후 『취재원 보호를 내세우는 언론사에서 「박씨가 제보했다」는 것을 확인해주겠느냐』며 슬그머니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했다. 경찰이 20여일간의 수사 끝에 밝혀낸 것이라곤 「양씨가 박씨의 비디오테이프를 훔쳐 언론에 공개했다」는 사실밖에 없는 셈이다. 〈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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