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운동 자기정화의 물결

  • 입력 1997년 3월 14일 20시 21분


학생운동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 투쟁일변도의 학생운동을 비판하고 면학분위기를 스스로 지키자는 움직임이 새 학기 대학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12일 광주 호남대총학생회가 인간띠를 만들어 남총련의 교내집회를 저지하고 경북지역 3개 대학 총학생회가 전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회비 납부를 거부한 데 이어 13일 경남도내 5개 대학이 또 한총련 탈퇴를 선언했다. 일찍이 없던 변화다.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씨의혹에온통관심들이 쏠려 있는 때이지만 그 추이를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이들 대학가 움직임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한총련의 학생운동노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대목이다. 이들 비(非)운동권 학생은 「학교 교정(校庭)이 운동권학생들의 의식화운동에 사용되도록 놓아둘 수 없다」 「한총련은 학생회의 고유한 임무와 역할을 저버린 채 투쟁일변도로 치달아 왔다」며 한총련의 운동노선을 단호하고 당당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학생운동은 학생의 본분을 멀리 벗어나 폭력을 앞세운 이념투쟁으로 치닫기 일쑤였다. 지난해 연세대에서 있었던 한총련 폭력시위 때도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운동권학생들은 金日成(김일성)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북한 통일노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른바 주사파(主思派)의 배후조종을 받으며 좌경사상에 적지않게 물들어 왔다. 그러나 공산주의 실험은 이미 오래전 그 종주국인 구(舊)소련에서 실패로 끝났다. 지금은 김일성 주체사상의 창시자가 북한체제를 버리고 망명한 마당이다. 세계역사를 바로 보고 진리를 탐구해야 할 대학생들이 실패로 끝난 낡은 이념과 사상을 추종하고 김일성 金正日(김정일) 왕조체제를 맹목적으로 찬양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는 한총련거부는 이같은 잘못된 학생운동을 순수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의 출발로서 의미가 크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학생운동은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폭력시위를 일삼아 왔다. 그에 따라 시민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주변 상가나 학교시설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빗나간 시위행태를 반성하고 대학을 면학의 장소로 되돌리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호남대 총학생회의 플래카드에는 「학우 여러분 침묵하는 자의 힘을 보여 줍시다」라는 색다른 글귀도 있었다. 이제는 그동안 침묵하던 다수가 말해야 한다. 그리고 집단의 구성원들이 자기정화(自己淨化)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릇된 학생운동의 직접 피해자는 학원의 주인인 대학생 자신들이다. 방관적이고 무기력하던 그간의 태도를 지양하고 학생들과 교수들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대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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