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초등교 「개근상 폐지」 유감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26분


올해 작은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당연히 6년 개근상은 받으려니 했는데 그 상이 없어졌다. 이태전 큰아이 졸업 때는 있었던 상이라 혹시 누락된 것이 아닌가 해 학교에 문의했더니 아예 상을 없앴다고 한다. 학업성적이 별로 신통치 못한 아이라 개근상이 우등상보다 훨씬 가치있고 타기 힘든 상이라고 격려해주려 했는데 여간 섭섭한게 아니다. 6년 개근상이 없는 대신 아이는 근면상이라는 것을 받았다. 그러나 책임감이 강하고 맡은 일을 잘 실천한다는 막연한 내용의 이 상은 마치 전 학생에게 상을 주면서 마땅하게 줄게 없어서 마지못해 주는 인상이다. 6년동안 개근을 했다는 훌륭한 명분이 있는데 왜 없앴을까.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6년 개근상을 받은 아이들이 아주 적었다. 농촌이라 큰비가 오면 개울물이 등교길을 막았고 농번기에는 집안일에 붙들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졸업식 때 선생님들은 어느 상보다 6년 개근상을 제일로 쳤으며 국회의원이 상장과 상품을 수여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상급학교에 가서도 늘 개근이었고 그 습관이 붙어 지금도 모임이나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런 습관이 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개근을 하도록 가르쳐 왔다. 아무래도 학력위주의 사회에서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개근상을 없앤듯해 씁쓸하다. 이병숙(서울 노원구 상계6동 주공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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