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상걸린 우리돈 환율

  • 입력 1997년 2월 20일 20시 01분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미화 1달러에 8백44원하던 원화 환율(換率)이 끝내 8백65원선을 넘어섰다. 지난 95년말 7백74원에 비하면 1년 남짓한 사이에 91원, 12%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처럼 급격한 환율상승이 경제운용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우리돈 환율이 이처럼 크게 오른 이유는 우선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수준이 일본보다 높아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 자본시장으로 유입되고 미국 경제가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는 가운데 미국은 달러화 강세가 물가안정 등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엔화의 환율이 지난 95년말 1달러에 1백3엔대에서 1백23엔대로 오른 것이 원화환율 상승의 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성장 물가 국제수지 등 우리 경제의 거시 지표가 신통치 않은 것이 환율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서 대책 마련이 간단치 않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환율상승은 우리돈의 대외가치를 떨어뜨려 단기적으로는 수출에 유리하고 수입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수출부진은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상실한데 따른 것이다. 일본 엔화의 환율도 함께 올라 일본과의 국제경쟁에서도 유리할 게 별로 없다. 원자재와 기술 그리고 대부분의 시설재를 아직도 외국에 의존하고 많은 달러표시 외화자금을 쓰고 있는 우리의 경제체질 때문에 환율상승은 득보다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새해 들어서도 급격한 환율상승세가 이어지자 한국은행은 환율안정을 위해 일종의 예약거래인 선물환(先物換)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환시장에 개입했다. 그러나 유동환율제 아래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한계가 있다. 지나치게 직접 개입할 경우 가뜩이나 무역적자로 줄어들고 있는 외환보유고가 더 줄어들 것이며 간접개입 방식은 선물(先物)시장의 투기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환율상승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경제의 근본과 내실을 강화하는 것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수출을 늘리고 절약으로 수입을 줄이며 물가안정 투자촉진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국민경제의 기본지표개선을 위한 장기대책과 함께 경제정책 당국이 책임감과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단기대책으로 환차손(換差損)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달러매입투기나 외화의 해외유출을 차단하고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에도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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