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나의 공간]작가 한정희씨 68평 빌라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고미석기자] 집안 풍경은 주인을 닮는다. 3층빌라 가운데층에 자리한 작가 한정희씨의 집(서울서초구 방배동)에 가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단정한 문체를 가진 주인을 닮아서인지 집안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절제돼 있기 때문이다. 요란한 치장이나 장식품이 거의 없는 실내는 편안하고 널찍해 보인다. 여기에 마릇바닥과 문, 천장의 몰딩 등은 너도밤나무와 단풍나무 재질을 사용해 자연의 숨결이 느껴지는 안온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는 『지난해말 분당에서 서울로 집을 옮기기전 내부개조를 하면서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하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붙박이가구를 활용한 남다른 수납지혜가 돋보인다. 거실과 베란다 사이 통로의 유리창부분과 베란다벽을 활용한 수납코너의 아이디어는 새겨둘 만하다. 거실 왼쪽 옆 베란다로 통하는 창부분에 여러 개 유리 선반으로 멋과 기능을 살린 붙박이 장식장을 설치했고 유리창부분을 터서 거실처럼 쓸 수 있도록 한 앞 베란다 한쪽의 창고 공간에 홈바를 만든 것. 창고처럼 쓰이는 다용도실에도 철지난 옷이나 스포츠용품, 여행가방을 질서있게 정돈해 주는 수납장을 짜넣었다. 거실장과 홈바는 디자인이 일치하고 현관 신발장과 붙박이 옷장 등은 문짝이 똑같아서 실내에 통일감을 더해 준다. 주문해서 맞춘 장식장의 경우 옆베란다와 연결되는 점을 활용해 거실이 어둡지 않게 장의 앞뒤를 모두 유리로 처리, 멋과 기능을 살렸다. 이곳엔 시간이 없어 아직 보따리속에 담겨있는 도자기인형과 아프리카의 나무조각 등을 한데 모아 진열할 생각이다. 그는 『수집품이나 작은 인테리어소품의 경우 거실장위에 혹은 집안 여기저기 늘어놓기보다 한 곳에 모아두는 것이 산뜻한 실내를 연출하는 요령』이라고 일러주었다. 68평형인 이 집에서 제일 큰 공간은 안방. 중후한 갈색침대의 발치에 작은 러그를 깔고 한 구석에 편안한 의자와 작은 탁자를 놓아 아늑하게 꾸몄다. 특히 안방과 이어지는 세면실과 욕실을 분리해 눈길을 끈다. 세면실과 욕실사이에 유리문을 달아 공간이 시원해 보이도록 꾸민 것. 89년 동아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그는 첫 창작집 「불타는 폐선」(93년)을 펴냈다. 작은 방에 마련된 서재에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 그는 올해 두번째 작품집을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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