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日 반핵작가 다카시 『안전지대란 없다』

  • 입력 1997년 2월 4일 20시 34분


[東京〓이동관 특파원] 대만 동쪽에 떠있는 면적 45㎢의 작은 란위(蘭嶼·난서)섬. 이곳에 저장된 「핵쓰레기」의 북한 수출문제가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온 가운데 동북아시아지역의 최대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의 반(反)원전운동 지도자로 「풀뿌리 운동」을 통해 일본 원전정책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작가 히로세 다카시(廣瀨隆·54)를 도쿄(東京)지사에서 만나 폐기물 수출의 문제점과 대만의 실태 등을 들어봤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서부에서 영화 촬영중 방사능에 오염돼 암으로 죽어간 실태를 추적한 「존 웨인은 왜 죽었는가」란 저서 등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대만의 저준위 핵폐기물 수출의 문제점은…. 『일본이 20여년전 핵폐기물을 남태평양에 수출하려다 국제적 압력으로 중단한 일이 있고 독일도 지난 85년 중국의 고비사막에 핵쓰레기를 수출, 매장하려는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핵쓰레기가 외국에 수출된 전례는 없다. 아마도 북한이 핵쓰레기의 위험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돈과 바꾸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한가지 큰 착각은 저준위 폐기물이 고준위 폐기물보다 안전할 것이란 생각이다. 다만 농도가 다를 뿐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북한이나 대만이 폐기물 처리기술을 갖고 있는지 의문시 되는데…. 『양측이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을 리도 없지만 설사 기술이 있더라도 별개의 문제다. 핵쓰레기를 담는 드럼통은 금속으로 만들기 때문에 언젠가는 결국 부식, 방사능이 누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핵쓰레기를 밀봉하는 작업은 모두 대만에서 이루어진다. 스테인리스강(鋼) 등 비싼 금속으로 만들면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싼 금속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떤 내용물이 담기는 지도 북한은 알 수가 없다. 일본도 사용연료의 재처리를 프랑스 등에서 한 뒤 그 폐기물을 반입하고 있으나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고 있다』 ―대만의 원자력 발전 실태는…. 『집권당인 국민당의 중점정책으로 60년대부터 원전개발을 시작, 78년 원자력 발전을 시작했으며 현재 모두 6기(5백14만㎾)가 가동중이고 2기의 추가건설을 추진중이다. 이들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핵쓰레기 중 저준위 폐기물을 란위섬에 저장해 왔으나 작년 가을 9만8천여 드럼에 달하는 저장능력이 바닥나 반입이 중단됐다. 지난 80년부터 폐기물저장이 시작된 이후 어린이들의 암 발병률이 늘어나는 등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대만당국도 골머리를 앓아왔다. 지난 95년엔 제2원전 1호로의 연료봉이 파손돼 2시간여 동안 37큐리(1큐리의 방사능에 사람이 노출되면 즉사)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사고도 있었다』 ―핵폐기물처리 대책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 대책이 없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죽음의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전의 추가 건설을 중단하고 현재 가동중인 원자로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저장키 위해 국민적 논의를 벌이기로 한 독일이 현실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도 핵쓰레기의 최종폐기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30여년간 논의를 벌여 왔으나 아직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지구상에 안전한 폐기물 저장소는 없다. 결국은 결정된 곳이 「차별」을 받는 셈이다』 그는 끝으로 대만의 핵쓰레기 수출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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