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김춘수씨 시집-자전소설 동시출간

입력 1997-01-23 20:35수정 2009-09-2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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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청소년기 문학책깨나 읽었다는 사람이라면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밤새 읽으며 그 감동으로 전율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한때만이 아니라 일흔이 넘도록 도스토예프스키에 `들려' 살아온 원로시인 金春洙씨(75)가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민음사刊)라는 신작시집을 내놓았다. 김시인은 초기에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삶의 비극적인 상황과 존재론적 고독을 탐구했고 60년대 말부터는 `무의미시'를 주창하면서 고유의 시세계를 구축해온 `인식의 시인'. 그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존재양식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여실히 그려보이는" 도스토예프스키를 되풀이 읽어왔는데 그때마다 "들리곤" 했으며 "그러는 그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과제였고 화두였다"고 시집 후기에 밝히고 있다. 그 `화두'를 자신이 오래 길들여온 시로써 풀어보고자 한 이 새 시집에서 시인은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가 화자로 되어 있는 <소냐에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이반이 화자로 등장하는 <아료사에게> 등 1,2부 시편들에서는 작중인물들끼리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방법으로 `화두'의 핵심에 다다르고자 했다. 3부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악령」에 나오는 스타브로킨백작의 고백을 시로 정리했고 4부에서는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 한 章의 극화를 시도했다. 한편 시집과 함께 자전소설 「꽃과 여우」도 역시 민음사에서 나왔는데 최초로 형이상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유년시절의 한 기억에서부터 고교시절을 거쳐 대학시절 일본의 헌책방에서 접한 릴케의 시에 운명적으로 이끌린 일, 유치환 윤이상 전혁림 박재성 서성탄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를 결성, 본격적인 詩作활동을 시작한 일 등에 이르기까지 이 책을 통해 초기 김춘수문학의 발자취를 읽을 수 있다. <여우>라는 제목의 콩트로 끝맺고 있는 이 자전소설은 1950년까지만 다뤘는데 작가는 "내 생애 후반기에는 60년대 초의 정치 관여라는 꾀 까다로운 문제가 낀다"고 그 이유를 댄다. "밖에서는 내 정치 관여를 도덕적 측면에서 보고 있는 듯 하나,문제가 된다면 논리적 문제이지 도덕적 문제는 전연 아니다"고 말하는 그는 "이 문제를 내 스스로 해명하려면 좀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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