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관광한국」이미지 사소한 것에서 출발

입력 1997-01-22 20:17수정 2009-09-2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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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요? 지긋지긋 하더군요』 서울 여행을 해보았다는 이 미국인은 그 「지긋지긋」한 이유의 첫번째로 도로사정을 들었다. 우선 도로표지판이 친절하지 않고 같은 장소도 지도에 나온 이름과 표지판에 있는 이름의 영문철자가 틀린다. 말이 통하지 않아 제대로 물을 수도 없다. 외국인이 택시를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는 오후 내내 고생하다가 결국 파출소의 도움으로 목적지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울이 어떤 곳인가는 이미 외국에도 상당히 소문이 나 있다. 한 여행전문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계 46개 도시중 서울의 여행 여건은 39위다. 택시잡기 43위, 친절도 42위, 길 잃기 35위…. 매연은 어떤가. 공기 탁하기도 34위다. 난생 처음 서울에 와 혼자 관광을 하겠다며 도심지 거리를 헤매는 외국인의 모습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의 심정도 지레 짐작할 만하다. ▼상황이 그렇다면 관광거리나 그럴듯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이 외국인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관광상품을 꼽아보면 눈에 띄는 게 별로 없다. 고궁관광은 그저 궁궐을 돌아보는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기억에 남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여건도 보잘 것 없고 물가는 엄청나게 비싸다. 외국인들이 안내원 없이 남산에 올라가는 길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서울에 사는 사람마저 지리에 어두워 한강 유람선 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때 서울시는 국제관광도시로 면모를 갖춘다며 서울 전역에 걸친 25개 시티 투어 코스를 확정, 발표했다. 각 코스별로 주제를 달리하고 관광객의 국적별 특성까지도 고려해 관광길을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별 실적이 없다. 거창한 계획이나 국내용 전시행정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인들이 피부로 겪고 있는 불편함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서울의 매력」을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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