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타이베이]안풀리면 시간에 맡긴다

  • 입력 1997년 1월 20일 20시 13분


지난해 말부터의 국내 파업사태 이후 대만진출 한국업체에는 현지 바이어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한국의 파업은 어느 정도 갈 것 같은가』 『물품 인도에는 지장이 없겠는가』 등이 주된 질문이다. 그들은 『한국 물건을 사기가 겁난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한국에 주문해 놓은 원자재가 제때에 들어오지 않으면 수출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걱정들이다. 한편 한국의 파업사태를 은근히 반기는 현지 기업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제삼국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업체들이다. 대만정부 관료들마저 「한국 파업사태가 대만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장단기적으로 분석하며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활용해야 한다고 업계를 부추기고 있다. 대만 최대기업으로 종업원이 12만명인 대만플라스틱은 공장이 23개나 되지만 아직 파업을 경험한 적이 없다. 노조담당자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노사 양측이 자주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얘기였다. 그래도 안풀리는 문제는 서로 시간을 두고 연구한 뒤 다시 타협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노동법규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도 당사자들이 모여 타협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는다고 한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연간 쟁의발생건수는 2천건 정도이지만 파업에 이른 경우는 거의 없다. 88년 이후 지금까지 파업건수는 총 31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길어야 2,3일로 끝났다. 대만인들은 원래 타협을 잘한다. 기다릴 줄도 안다. 당장 풀리지 않는 난제가 있어도 때가 되면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이치를 따른다. 우리도 외국 바이어가 모두 떠나버리기 전에 타협의 원리와 기다리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첨예한 대립관계를 협조관계로 바꾸고 서로 양보하는 성숙한 자세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안 재 건<타이베이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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