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근거과세로 조세형평을

동아일보 입력 1997-01-12 19:44수정 2009-09-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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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봉급생활자들은 또한번 허탈감에 빠졌었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연말의 월급 봉투가 줄었는데 세금이 엄청났던 까닭이다. 그나마 불안한 고용시장에서 상여금을 받는 처지를 만족하라면 할 말이 없어도 보너스에 대한 세금은 너무 많았다. 이런 일은 새삼스럽지 않다. 해마다 겪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봉급자들은 자신들이 무는 세금이 다른 사람의 소득수준과 비교해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큰 불평을 하지 않을 것이다. 봉급생활자들은 세금 피해의식이 있다. 그들의 수입은 유리지갑으로서 국세청이 소득액을 남김없이 들여다 보고 세금을 징수하지만 그렇지 않은 계층이 있다는 것이다. 재벌들이 유능한 세무사를 동원해 절세라는 이름으로 고소득이면서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내는 것에 속이 상한다. 거기에다 이웃집 변호사 의사 시장상인 대형가든음식점 주인들이 소득에 비해 세금을 푼돈으로 내는 현실을 보면 그만 속이 뒤집히고 만다. 이런 점을 시정한다고 국세청이 해마다 대책을 발표하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봉급자들의 생각이다. 그 가장 큰 원인의 하나가 변호사 의사 등 개인고소득자들은 세금에 대해 집단적인 방어가 가능하고 실제로 변호사의 경우 수임장부 열람문제로 국세청과 줄다리기를 했던 일이 없지 않다. 지난 77년 시작된 부가가치세제의 근본 취지는 사업소득자들의 소득원을 정확히 파악, 공평과세를 하기 위함이었다. 이를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영수증보상제까지 실시했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영수증을 국세청에 갖다내야 하는 불편에다 금전등록기의 보안기능 미비, 직업적 영수증 수집가의 등장 등으로 79년 이후 폐지되고 말았다. 이를 보완한다고 소득표준율을 대폭 인상하려 하다가는 즉각적인 조세저항에 부닥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불공평과세를 시정, 봉급자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근거과세를 지금부터라도 다시 철저히 시행하는 수밖에 없다. 이는 광범위한 조세정의의 실현이기도 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강력한 영수증제의 실시는 그렇게 어렵다고 보지 않는다. 영수증 발행자에 대한 단속은 물론 모아온 영수증을 은행이나 직장에 제출케 해 일정액을 소득공제해준다면 조만간 정착이 가능하다. 물론 가짜 영수증이 나돌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국세청의 징세업무와 전산화가 옛날과 다르다.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도 줄 수 있다. 국세청이 지난 10일 8만여명의 고소득사업자를 대상으로 종합소득세의 성실신고 여부를 조사한다고 발표했지만 영수증제도의 확실한 부활없이는 또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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