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종교 도덕 문제…안락사「國論반분」

입력 1997-01-09 20:49수정 2009-09-2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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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허용 문제로 미국이 들끓고 있다.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불치병의 환자에게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도록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면 생명은 신의 섭리에 맡겨야 하는가. 누구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이 문제가 8일 대법원의 심리에 올려졌다. 발단은 워싱턴주와 뉴욕주의 안락사 지지자들이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는 주법(州法)에 도전, 항소심에서 승소했기 때문. 항소법원은 「의사가 환자의 안락사를 돕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워싱턴주와 뉴욕주의 주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공이 대법원으로 넘어오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내연했던 안락사 시비가 논의의 전면에 부상한 것. 안락사 논쟁은 그 뿌리가 종교와 도덕, 그리고 의학이라는 이름의 첨단 과학에 모두 닿아 있어 쉽게 결론이 날 문제는 아니다. 찬반 양측의 논리와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어느 한쪽편을 들기가 어렵다. 반대자들은 남용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96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후보로 나섰던 잭 켐프는 『안락사가 합법화되면 병원이나 보험회사에서는 치료비가 많이 드는 영세민 난치병환자들을 안락사라는 이름 아래 무더기로 죽게 만드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한다. 찬성론자들은 인간은 품위 있게 죽을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남용 위험정도는 제도적인 보호장치를 철저히 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항소심 승소판결의 공로자인 캐스린 터커 변호사는 『안락사가 허용되는 조건을 엄격히 함으로써 오히려 음성적으로 자행되어온 질 나쁜 안락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도 반분돼 있다. CNN과 갤럽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8%가 찬성했다. 의사들끼리도 의견이 다르다. 미의사협회(AMA)는 반대이고 미의과대학생협회(AMSA)는 찬성이다. 찬반이 워낙 팽팽해 안락사 논쟁이 1950년대 인종차별 논쟁이나 70년대 낙태 논쟁처럼 국론을 반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클린턴행정부의 공식입장은 반대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는 7월에 내려진다. 이 재 호<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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