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카드 부작용 줄여야

  • 입력 1996년 12월 25일 20시 19분


신용카드의 발급,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개편한 새 신용카드업무규정은 그동안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사용으로 흐려진 우리의 신용거래질서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새 규정은 18세미만의 미성년자와 연봉 7백만원이하인 봉급자 등에게는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없게 하고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카드를 쓰지 못하게 벌칙을 강화했다. 신용카드는 현찰거래 대신 실명 상거래를 유도함으로써 판매자의 매출액과 세원(稅源) 양성화에 기여한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제도는 카드를 이용한 거래대금을 카드회사를 거쳐 결제하게 해 개인신용을 관리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선진사회가 현찰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는 편리한 사회로 발전한 것은 모든 거래가 은행 등 신용관리회사를 거쳐 이루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신용사회를 앞당기기 위해서도 신용카드의 이용은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신용카드의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거래는 대금을 일정기간 뒤에 결제하는 후불(後拂)제, 즉 외상거래가 특징이다. 따라서 당장은 돈 없이도 상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한 점이 있지만 긴급하지 않은 경우에도 카드를 긋기 쉬운 함정이 있다. 그때문에 과소비가 부추겨질 수 있는 측면을 제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자의 사치성 과소비와 외화남용이 가능한 것도 신용카드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거래가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를 긋게 허용한다면 지불능력이 없는 어린 자녀들에게 외상 다는 습관을 가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서 카드 쓰는 맛을 들일 경우 자칫하면 연체하기 십상이다. 연체가 길어지면 파산이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험을 갖게 할 수는 없다. 미성년자의 신용카드는 젊은이들에게 건전한 소비습관과 신용관습을 익히게 하는데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새 규정은 연체허용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고 한 카드를 연체할 경우 다른 카드도 쓸 수 없도록 엄격하게 고쳤다. 이미 연간 1조원이 넘는 연체는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카드회사의 경영개선과 신용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물론 신용거래관습을 바로 익히게 하기 위해서도 카드관리는 철저한 것이 좋다. 그러나 연체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한 마당에 저소득계층에 대한 카드발급을 금지키로 한 것은 카드회사의 경영개선에만 치우쳤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으며 평등권 논란의 소지도 있다. 신용카드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소비를 부추기지 않게 유도하는 일이다. 특히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이용한도 초과에 대해 엄격한 규제장치를 이 기회에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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