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회 물흐리는 정치인 변절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자민련을 탈당한 柳鍾洙(유종수) 黃鶴洙(황학수)의원과 무소속 權正達(권정달)의원이 24일 신한국당에 입당하고 자민련의 李在昌(이재창)의원이 새로 탈당, 어수선한 연말정국에 또 불씨를 던졌다. 입당자중 권의원의 경우는 그렇다 해도 닷새전 야당을 떠난 두의원이 바로 여당으로 간 건 누가봐도 명백한 정치적 변절(變節)이다. 그들은 50대중반과 40대후반의 나이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연배인데다 야당공천으로 뽑힌 지역대표다. 선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변절을 해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그러잖아도 지금 우리 사회의 신의(信義)와 도덕은 땅에 떨어져 있다. 이런 마당에 이른바 지도층으로 꼽히는 국회의원들이 하루아침에 정치적 변절이나 일삼는다면 사회의 물은 더욱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역구민과 약속했던 자신의 정당소속을 편의에 따라 바꾸어 정치이념의 정체성(正體性)마저 버리는 정치인들이 앞으로 무슨 얼굴로 우리사회의 윤리나 도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자민련을 떠날 때 『지역현안을 해결하는데 야당의원으로서는 한계가 있어 탈당한다』고 말했었다. 여론의 비난이 일자 이번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에 대한 지역정서상의 갈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건 말이 안된다. 우선 「야당의 한계」를 얘기하자면 애초부터 야당에 공천신청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 「정치적 소신」을 말하려면 일단 당내에서 국회의원답게 당당히 소신과 어긋난 일을 지적했어야 옳았다. 그러지 않고 이제와서 변명을 하는 것은 구차할 뿐이다. 신한국당측 태도도 공정하지 않다. 당초 두 의원의 탈당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더니 『당의 이념과 노선에 동의하기 때문에』 받아들인다고 말을 바꿨다. 말로는 새시대의 정직하고 깨끗한 사회구현에 앞장선다면서 의석수 불리기 등 눈앞의 이익에 집착해 정치도의를 깨는 사람들까지 입당시킨 건 아닌가. 이러니 야당측이 주장하는 「빼내가기 공작」설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여당이 정치적 변절자를 끌어들이는데 앞장서고 있으니 앞으로 집권여당이 사회윤리나 도덕을 말하기는 군색하게 됐다. 정치인의 변절은 지난 13대 국회부터 말썽을 부려 이제는 거의 버젓이 반복되고 있다. 선거때 국민에게 한 약속을 어기고 변절하는 것을 정상(正常)인양 내세우는 정치권의 행태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의 신의와 도덕심은 한없이 추락했다. 소리(小利)를 좇아 몰려다니는 기회주의적 줄서기정치, 철새정치는 더 이상 필요없다. 그러잖아도 내년 대선전에 또 한번 정치적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땅에 떨어진 우리사회의 신의와 도의를 바로세우려면 이젠 국민들이 다음선거에서 변절자를 심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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