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은 시민에 친절하라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사건관계로 검찰청에 갔다온 적이 있는 사람 중에는 위압적인 분위기를 잊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의자는 물론 단순한 참고인이나 고소 고발을 하러 간 사람조차 불친절한 대우에 불쾌감을 안고 돌아오기 일쑤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전국의 검찰청 교도소 소년원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법무부산하 기관을 방문한 민원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검찰이 가장 불친절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검찰청에는 검사뿐만 아니라 수사요원 입회서기 및 여직원 민원부서직원 경비원 등 다양한 직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모든 직원들이 친절해야 검찰청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 올들어 「대(對)국민 서비스 강화」를 구호로 내세웠음에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들이다.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간 민원인에게 공손하지 않음은 물론 사건관계인을 윽박지르고 심지어 욕설을 퍼붓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뿌리깊은 시민들의 관청기피현상이 검찰에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압적인 분위기가 지나치다 보면 구타 등 가혹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검찰청이 죄를 지은 사람에겐 두려운 곳이어야 하지만 죄없는 사람이나 수사를 의뢰하러 간 사람, 수사에 협조하러 간 사람, 각종 증명서를 떼러 간 사람까지 주눅들게 하면 곤란하다. 이는 정의실현을 위해 검찰이 추구하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가령 위압적 분위기때문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검찰의 신문조서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뒤바뀌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검찰의 불친절은 검찰이 힘 있는 자의 편이라는 시민들의 인상을 더욱 뿌리깊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멀게 느껴진다면 국민의 검찰이라고 하기 어렵다. 과거 일제시대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강압적 사회통제장치의 하나로 역할했던 검찰은 이제 국민의 검찰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아직도 검찰이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으로 잘못 생각하는 검사 또는 직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보내야 한다. 검찰은 범죄자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못지않게 친절한 자세와 인권보호를 통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법개혁은 사법시험 등 제도의 틀을 바꾸는 일로 끝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에 대해 법률서비스를 하는 봉사자라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증원, 법조인 양성제도의 개선 등은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밖에 없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기능은 각기 다르지만 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라는 측면에선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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