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民과 軍은 마찰 없어야

  • 입력 1996년 12월 23일 21시 00분


순찰근무중이던 군장교가 강릉시에서 총격을 가해 민간인이 부상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유감이다. 사건 경위에 대한 주장이 엇갈려 아직 진상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다. 곧 진상이 가려져 관련자들이 의법처리될 것이지만 이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 5.16 쿠데타와 12.12, 5.18 등을 겪으면서 30년 가까이 군사통치를 경험한 국민들이 아직도 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런 시각이 민(民)과 군(軍)의 마찰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민간인들이 순찰 중인 장병들의 근무를 존중했더라면 그렇게 대들고 시비를 벌이지 못했을 것이다. 또 장병들이 좀더 국민을 아꼈더라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함부로 총격을 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93년 문민정부 출범후 정부는 정치군인들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하는 등 지속적으로 군의 개혁과 숙정을 진행해왔다. 군사통치시대에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장병들은 오늘도 국방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구나 그들은 모두 우리의 사랑스런 자식과 형제들로서 그들이 근무중에 입고 있는 군복에 대해 그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물론 군이 북한잠수함의 강릉해안 침투사건때 드러낸 허술한 경계태세와 잦은 총기 및 탈영사건 등으로 국민의 우려와 빈축을 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여름 중부지방 대홍수때 보여준 헌신적인 수재민구호와 수해복구작업 등으로 국민의 찬사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밤잠을 자지 않고 수재민구호에 나섰던 장병이 과로로 순직한 것은 국민사랑의 본보기였다. 이처럼 국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봉사적 태도야말로 적의 침략을 막아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 이상으로 소중한 일임을 장병들은 알아야 한다. 군은 평시에 적의 침략을 억지하며 전시에는 국토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임무다. 국민은 이를 위해 세금을 내서 군을 육성하고 유지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은 군을 훌륭하게 키워야 하고 군은 국민을 위해 언제나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군사통치 후유증의 하나이지만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민과 군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생긴 것은 크게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우리는 지금 남북이 분단된 채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호전(好戰)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잠수함이 침투했던 「접적(接敵)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민과 군의 친선을 해치고 마찰이 커져서는 안될 것이다. 장병들은 국민의 군대임을 명심해야 하고 국민들은 군의 위상을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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