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핵 선제 불사용 논의」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동아일보는 전략문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 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 논평」(Strategic Comments)중 「핵선제 불사용 논의」를 요약, 소개한다.> 지난 90년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들은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핵무기사용을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용의가 있다는 이른바 「변형된 북대서양동맹에 관한 런던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분명 새로운 것이긴 하지만 NATO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핵억지정책, 즉 「필요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워싱턴에서는 이 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 NATO가 완전한 핵무기 선제불사용 정책을 채택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핵선제사용 문제는 비단 워싱턴에서 뿐만아니라 앞으로 여러 곳에서 계속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는 NATO내에서도 이슈가 될 수 있고 NATO의 확대문제가 계속 진전됨에 따라 NATO와 모스크바의 회담에서도 이슈로 거론될 수가 있다. 제네바군축회의(CD)도 핵선제불사용 정책의 조약화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논의를 해왔다. 포괄핵실험 금지조약(CTBT)이 완료됐기 때문에 CD는 이 문제를 또다시 97년의 주요의제중 하나로 삼을 공산이 크다. 97년 봄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들의 주요회의가 예정돼 있으며 이 회의에서도 핵선제불사용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지난 8월 핵무기철폐에 관한 캔버라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대 핵무기보유국들이 급격한 핵감축을 위한 조치로서 상호 핵선제불사용 약속을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는 상원에서 핵전략문제가 다른 군축문제와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로 대통령선거를 치른데다 최근 국립과학원의 한 위원회가 미국의 핵무기정책에 관한 보고서까지 낸 바 있어 클린턴행정부는 미국의 핵전략에 대한 부분적인 재검토를 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립과학원의 보고서는 미국의 핵무기보유 목적을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사용을 억제하는데 둔 이전의 보고서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NATO의 핵무기 보유국가들은 NPT의 영구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새로운 「소극적 안보보증(NSA)」 선언들을 발표했다. 이는 어떤 NPT당사국들에 대해서도 한 가지 예외만을 제외하고는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한 가지 예외는 핵비보유국가가 핵보유국가와의 제휴나 동맹으로 다른 핵보유국가나 그 동맹국들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다. 이 선언들은 핵보유국가가 개입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핵비보유국가의 대규모 재래식 공격이나 생물무기 또는 화학무기에 의한 공격에 대해서는 명백한 예외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생화학무기에 의한 공격시 핵보유국가들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4월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핵무기자유지대(NWFZ)에 대한 핵무기불사용과 불위협을 약속하는 펠린다바조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국가안보위원회(NSC)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같은 약속은 대규모 파괴 무기를 사용하는 조약당사국들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선언, 생화학무기에 의한 공격시 핵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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