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각 너무 잦다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올들어 9개부처 10명의 장관을 바꾸더니 20일 또 8개부처 10명의 장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당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를 현직장관으로 보임하고 그에 따른 소규모 보각(補閣)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각료 경질폭이 이처럼 커진 건 뜻밖이다. 이번 인사로 김대통령은 취임후 3년10개월간 모두 22차례 각료들의 얼굴을 바꾼 기록을 세웠다. 개각이 너무 잦다보니 업무의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청와대측은 이번 개각이 『주변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며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같은 해석에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 재임중 평균 두달에 한번꼴로 각료를 바꾸어 어떻게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내각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장관은 취임 후 업무파악조차 못한 채 물러간 경우도 있으니 이러고도 그 부처가 제대로 일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중심제 아래서의 내각이란 대통령을 보좌하며 그의 명(命)을 받아 업무를 처리하는 만큼 인사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 해도 평균 두달거리로 사람을 바꾼다는 것은 안정적인 내각운영에 문제를 준다. 사정(司正)대상이 돼 장관자리를 물러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사람을 자주 바꾸는 바람에 장관들이 제대로 직원 통솔을 못하고 부처간 협조가 잘 안돼 마찰을 빚는 일까지 잦다면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잦은 인사를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행정경험을 쌓게 해주자는 배려차원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한마디로 말이 안된다. 국가경영은 어떤 경우에도 개개인의 경력을 늘려주고 경험을 쌓게 하는 연습의 도구가 돼서는 안된다. 국민들의 세금을 몇조, 몇십조원씩 집행하는 국무위원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개각에 대해 일부에서 「못다한 논공행상의 끝내기」로 평가절하하는 이유를 청와대측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터에 개각 발표와 함께 청와대 경호실장과 차장의 직위를 한계급씩 높여준 것도 적절하지 않다. 이번 개각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2월 취임4주년에 즈음해 또 한차례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말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인사를 한 바로 뒤에 곧이어 인사설이 나도는 것은 좋은 모양이 아니다. 내각이 안정돼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국가경쟁력 제고와 경제회복은 이루기 어렵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각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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