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불황기의 광고전략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생존전략으로 감량경영과 비용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비용절감의 단골메뉴는 광고예산의 축소다. 이미 일부에서는 광고비를 대폭 줄이거나 예약했던 광고마저 취소하고 있다. 기업들은 광고비삭감이 눈에 띄는 비용절감효과를 가져다 줄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방어적 마케팅전략만이 불황타개를 위한 최선책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우선 불황기에 광고비를 삭감하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자 구매심리가 더욱 움츠러들어 상품판매가 부진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의 실적도 떨어진다. 기업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불황기일수록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북돋우는것이 중요하다. 광고는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수요를 창출해내는 역할을 한다. 광고비는 단순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시장경쟁력과 지배력을 강화, 매출을 촉진하는 장기적인 투자라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조금만 늘려도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미국 맥그로사 광고효과연구소가 74∼75년과 81∼82년 두차례의 불황기에 4백68개와 6백개 기업을 각각 조사한 결과 광고를 유지하거나 늘린 기업은 불황기는 물론 불황이 끝난 뒤에도 3년동안 매출이 전년대비 12∼2백75% 늘어났다. 지난 90년 7백49개의 소비재 관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광고예산의 삭감은 곧바로 매출과 이익의 감소를 가져오는 반면 광고비를 늘린 경우에는 광고비 투자회수율이 훨씬 높았다. 90년대초 적자에 허덕이던 아디다스는 과감한 광고투자로 회사를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 94년 새로 취임한 드레퓌스회장은 취임후 첫 조치로 광고 마케팅비용을 두배로 늘렸다.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브랜드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광고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92년 9천만달러의 적자에서 95년에는 1억6천6백만달러의 순이익으로 돌아섰다. 또 불황기 광고는 호황기때보다 투자효율성이 높다. 다른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려고 하는 불황기에는 조금만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경쟁사보다 훨씬 앞서갈수 있다. 불황이라는 동일한 조건아래에서 광고비를 늘리면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되살아나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불황기야말로 광고비 투자효율을 높일수 있는 적기라고 할수 있다. 미국의 맥주회사인 앤호이저 부시사가 80년대초 아이오와주에서 저가맥주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을 보면 불황기 광고비 투자의 중요성이 잘 나타난다. 선두를 지키고 있던 팹스트와 올드 밀워키상표의 맥주가 불황기 경비절감을 내세워 광고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던 앤호이저 부시사는 광고지출을 대폭 늘려 근소한 차이로 선두주자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불황기에 광고비를 늘린다고 해서 무조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광고투자는 신속하게 불황을 타개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는 촉매제가될 수 있다. 호황과 불황은 피할수 없는 경기 사이클이다. 불황기라고 무조건 광고비를 삭감하기 보다는 제품의 성격이나 기업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광고마케팅전략을 수립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채 수 삼<금강기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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