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조재구씨-『대화 힘들면 편지』

  • 입력 1996년 12월 13일 19시 37분


「高美錫기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보자료실장 조재구씨(44)는 지난 92년 이혼한 후 중2 고1 두 아들을 맡아 혼자 키우고 있다. 그는 13년동안의 결혼생활을 끝맺은 뒤 지금까지 살림하고 아이기르며 어렵게 살아온 시간들이 꿈같기만 하다. 하지만 아이들과 부대끼며 수없이 마찰과 갈등,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제 「그 때」를 담담히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이혼한 아버지로서 서툴렀던 교육체험을 기록한 책 「마지못해 한 이혼 뜻밖의 행복」을 펴낸 것도 그 덕분이었다. 『저처럼 바깥 일만 알았던 사람이 자식을 혼자 기르는 일은 무면허 운전에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체험을 통해 터득한 이혼가정 자녀교육의 첫번째 철칙은 「이혼한 상대방을 아이앞에서 비난하지 말라」는 것. 또 아이들이 자기부모와 만나는 것은 천륜인만큼 절대로 막지말라는 것과 이사와 전학은 친구마저 잃는 고통을 주는만큼 신중히 결정하라는 것. 『아이와 헤어져 사는 사람은 아이를 맡아 키우는 사람의 걱정과 고통을 절대 짐작못합니다. 예전에는 주부들을 천성적인 잔소리꾼으로 생각했으나 내손으로 아이 키워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아침에 눈떠 잠들 때까지 잔소리할 일밖에 없다는 점을 절감했다. 사소한 일로 고함이 터지고 감정이 격해져 매를 들게 되고 서운한 감정이 쌓인다. 아이들이 따로 사는 엄마를 만나 함께 사는 아빠로부터 야단맞은 일을 털어놓으면 『왜 아이를 닦달하느냐』며 대뜸 전남편에게 따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아이를 생각한다면 엄마는 『아이가 이런 얘기를 하는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보라』고 전남편에게 아이의 감정상태를 일러주고 대처방법을 의논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 보수적 환경에서 자란 그가 명령만 하는 강압적 아버지에서 「교육전문가」가 되기까지 아이의 반항과 가출 등 숱한 시련이 있었다. 이젠 전등 한개, 책 한권을 살 때도 아이에게 선택권을 넘겨준다. 대화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착잡한 심정을 편지에 담아 주고받는다. 삐삐에다 땅에 질질 끌리는 바지를 입은 사춘기 아이들에 대해 그는 『내 아이지만 정말 밉고 싫은 순간도 있고 반대로 속깊은 부자간의 정을 느낄 때도 많다』고 고백한다. 지금도 「엄마는 유학중」이라며 아빠의 이혼사실을 남에게 감추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그들 가슴의 큰 생채기가 아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아빠가 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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