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행정구역 조정 「지역 이기심」에 『쩔쩔』

  • 입력 1996년 12월 7일 20시 11분


▼63년 이전 육군에 입대한 사람들은 그 이후세대와 비교해 『우리땐 훈련은 충남에서 받고 잠은 전북에서 잤다』고 말하곤 한다. 육군제2훈련소가 충남 논산과 전북 익산에 걸쳐 있다가 63년 익산쪽 땅이 충남에 편입된 걸 들어 「충남에서 잠도 자고 훈련도 받은」 세대와는 다르다는 걸 내세운 에피소드다. 한 생활권역에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이 다른 이런 예는 지금도 꽤 많다 ▼강원 삼척과 경북 울진 경계의 고포마을은 실개천을 가운데 두고 마을이 나뉘어 삼척쪽 어린이들이 울진의 초등학교에 「유학을 가는」 형국이다. 경기 과천시의 어느마을 주민들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생활권인데도 모든 행정업무는 경기도에서 봐야 한다. 행정서류를 떼려면 가까운 서초구청 대신 근7㎞나 떨어진 과천시청까지 가야 하고 진정서를 내려면 도청소재지인 수원에 갈 수밖에 없다 ▼하긴 안방은 경기도 부엌은 서울에 있는 집도 몇년전까지 있긴 했다. 유럽에는 국경선이 집을 가로지르는 경우도 있다니 마을이 나뉜 것쯤이야 오히려 낭만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속없는 얘기다. 당장 불편은 물론이고 행정구역이 갈린 한마을 사람들의 미묘한 알력과 갈등도 상당하다. 거기에 관할권을 놓지 않으려는 행정관청의 입김도 작용해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정신적 피해 역시 적지 않다 ▼서울 동작구와 관악구의 경계선 위에 지어진 네곳의 아파트가 6년째 경계조정이 안되고 있다는 보도다. 한 아파트에 살면서도 관악구민과 동작구민으로 나뉜 주민 일부가 다른 구에 편입될 경우 집값이 떨어질지 모른다며 행정구역 일원화에 반대하고 행정관청도 세수감소 등의 이유로 경계조정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행정구역의 합리적 조정이 소수의 이해에 얽혀 마냥 제자리걸음을 해도 괜찮은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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