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국문화 상징물」과 崇禮門

  • 입력 1996년 11월 29일 20시 56분


남대문과 동대문에 숭례문(崇禮門)과 흥인지문(興仁之門)이라는 옛 이름을 찾아준 28일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우리 문화재의 「창씨개명」을 청산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일제지정 문화재 재평가 작업의 핵심 쟁점의 하나였던 남대문의 국보1호 존치 문제를 현행대로 유지키로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문화재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은 국보의 서열화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한 혼란 야기 등이 주로 반영된 결과였다. 문화재관리국이 전문가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9.2%가 국보1호 재지정을 반대했으며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도 67.6%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참작이 됐다. 「국보1호감」으로 유력시된 한글이 무형문화재인데다 한글의 상징물로 대체할수 있는 훈민정음이 국가의 소유가 아닌 개인 소유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서울대 임효재교수가 서울대 학부 및 대학원생 2백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와 다르다. 응답자의 57%인 1백50명이 『국보1호를 재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이다. 교체사유로는 남대문의 국보1호로서의 대표성과 상징성결여(76건), 역사적 예술적 가치 부족(47건), 일제 지정 과정의 부당성(30건) 등이었다. 문화체육부가 29일 한국문화를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CI(Corporate Identity)상징물로 선정한 열가지 아이템중에도 남대문은 들어있지 않다. 남대문이 「국보1호」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1934년. 당시 일제는 우리 문화재를 지정해 관리번호를 매기면서 「무성의하게」 총독부에서 가까운 순위로 1번을 매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 분과위의 결정이 문화재위원회 전체회의와 문화체육부장관의 재가를 거치는 동안 다시한번 거론되기를 바라는 견해도 적지않다. 국민들의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문화재위원들의 전문가적 자존심 못지않게 소중하기 때문이다. 오 명 철<문화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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