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월드]美빌보드지 최근호「대중음악과 정치」눈길

  • 입력 1996년 11월 20일 20시 35분


「許燁 기자」 미국 대중음악전문지 빌보드는 최근 호에 「음악과 정치―미묘한 균형」이라는 제목으로 대중음악과 정치의 관계를 조망했다. 60, 70년대 록가수들과 달리 오늘날 대중음악은 사회변화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 빌보드의 분석. 이 잡지는 이례적으로 4페이지에 걸쳐 이런 추세를 짚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은 그 요약. 60, 70년대 록가수들은 음악을 인간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촉매로 여기며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들춰냈다. 가수와 진보주의자들 사이에 강한 유대감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반전과 민권, 여성해방 등을 대중음악의 기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음악은 더이상 진보적 변화에 관심이 없고 사회문제에 대한 냉소주의를 만연시키고 있다. 일부 가수들은 대중음악을 「패스트 푸드」에 비유할 정도다. 「패스트 푸드」는 최근 2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했지만 값싸고 질도 낮다. 요즘의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그룹 「비스티 보이스」의 아담 요치는 요즘 가수들이 지향하는 바는 인기와 돈뿐이며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양상은 특히 섹스의 상품화와 연관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좀먹고 있다. 대중음악의 정치적 목소리가 낮아진 이유는 반드시 음악만의 책임은 아니다. 음악은 자체의 리듬을 가지고 있어 정치에 간섭하기도 하지만 정치와 무관한 경우도 많다. 머큐리 레코드의 대니 골드버그 회장은 『본질적으로 예술인 음악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대중음악은 일단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속에 반드시 삶과 죽음 등 심각한 문제를 담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90년대 미국에서 진보적 운동세력이 약해진 사회환경도 대중음악이 정치적 목소리를 낮추게 된 이유중 하나다. 60년대 사회문제에 예민했던 존 레논은 자신을 행동주의자로 선언하지 않았다. 60년대 시대상황이 세상의 동향에 예민했던 그를 「행동주의자」로 보이게 했을 뿐이다. 또 산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 랩이나 힙합등이 가진 저항적 가사는 「노다지」의 수단이 돼버렸다. 일부에서는 랩은 여전히 미국사회가 눈살 찌푸리는 면을 들춰낸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수백만장씩 팔리는 갱스터 랩은 벤츠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짙다. 한편 랩그룹 「퍼블릭 에너미」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가사는 당대를 반영하는 논평』이라며 대중음악의 정치적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미국사회에서 랩은 흑인민권운동의 계측기였던 만큼 음악은 사회적 책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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