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화계 비리 꼭 정화토록

  • 입력 1996년 11월 17일 20시 18분


21세기의 가장 유망한 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영상산업이다. 부가가치가 높고 관련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국가이미지 제고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영상산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대기업 등이 영상산업에 새롭게 투자하기 시작한 것도 이 산업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영상산업을 대표하는 것이 영화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은 날로 새로워지고 다양화하는 세계 영화산업의 발전속도와는 달리 영세하고 낙후된 제작 유통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국가적 지원의 미비에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영화인 자신들의 영화산업에 대한 구태의연한 자세와 영화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고질적 비리구조에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지적이다. 최근 영화업계에 대한 검찰의 단계적 수사 확대는 영화업계의 고질적 비리구조에 대한 사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영화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인사들이 대거 검찰에 소환돼 일부가 구속된 이번 수사가 영화업계에 일시적인 위축을 가져올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산업의 새로운 탄생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검찰수사의 초점이 되고 있는 영화계 탈세는 해묵은 비리였다. 외화수입업자는 수입가격을 줄여 신고해 관세를 포탈하고 제작자는 영화 공급가격을 낮춰 신고해 세금을 포탈한다. 극장주는 관객수를 축소신고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벌었으며 입장권 수입의 7%인 문예진흥기금 등도 가로챘다. 문제는 수입 제작 판매를 일관한 그 만성적 비리가 지금까지 한번도 적발되지 않고 지속돼 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당국은 영화계와 관련공직사회의 유착 의혹까지 철저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헌법재판소의 영화사전심의 위헌결정 이후 영화인들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우려에 차있다. 영화인들의 도덕성이 전제되지 않고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저질영화의 범람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가 영화계의 고질을 청산해 영화계 도덕성 확립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동시에 영화계의 오랜 숙원인 극장 매표의 전산화 등 탈세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 영화계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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