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경영자」가 이끄는 시대

  • 입력 1996년 10월 27일 20시 36분


일본의 유명한 경영자문가이자 경영전략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오늘의 경제는 국가라는 기초 위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경제적인 면에서 이제는 국가의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미래학자들이 예고해 왔고 또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국경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적없는 소위 세계기업이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기업들은 종업원들이 특정 국가의 사람들로만 구성돼 있지 않고 많은 나라 사람들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중소기업에도 외국인 구성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다가오는 미래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이 인간의 삶의 터로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기 좋은 세상이 되게 하려면 안정된 직장, 즉 안정된 삶의 터가 많아야 한다. 이러한 안정된 삶의 터를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큰 몫을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적없는 기업들이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안정된 삶의 터를 제공할 때 세계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천국으로 변할 수 있다. 단순하게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기업이 아니라 이 땅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명감을 갖고 움직이는 기업이 돼야 한다. 물론 적자를 내는 기업이 돼서는 이러한 사명을 감당할 수 없다. 효과적이고 능률적인 운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자면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경영자가 무엇보다도 기업을 올바로 이해하고 경영해나가야 한다. 경영자가 사명감을 갖고 이 땅에 천국을 실현하려는 각오를 지녀야 한다. 경영자는 경영활동이 곧 봉사라는 신조를 생활화해야 한다. 이렇게 남을 섬기는 경영을 하는 경영자가 많으면 미래의 사회는 경영자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세상을 정치가가 이끌어왔다면 앞으로의 세상은 경영자가 이끌어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만약 시대가 지워준 짐을 경영자가 감당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삶의 질은 향상되지 못한다. 나아가 역사의 수레바퀴는 뒤로 돌아갈는지 모른다. 국경을 초월해 이동하는 자본과 사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정치가보다 경영자들이 훨씬 경험도 많고 합리적이라고 본다. 주어진 자본을 세금으로 내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냐, 아니면 개인 또는 기업이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면 우선 기업의 경영자들이 봉사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이미지, 즉 기업문화가 없이는 사람들은 경영자를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기업의 경영자들은 어떠한 수단으로라도 이익을 내며 자본가를 위해서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을 완전히 설득시킬 수도 없고 또 경영자들을 모두 완전하게 만들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경영자가 국경을 초월해 잘사는 삶의 터를 만들어나가면 기업도 세상도 살기 좋고 아름다운 곳으로 터를 잡아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오늘의 시대가 경영자의 시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섬기는 경영을 묵묵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 사명을 감당해 인류사회를 천국으로 만드는데 큰 몫을 하는 경영자가 우리나라에도 많이 배출되도록 하자.송 자<연세대교수·전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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