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부실피해 속출…사업자들 덤핑경쟁 영향

입력 1996-10-26 20:18수정 2009-09-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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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처리를 위한 프로그램작성과 시스템설치운용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통합사업자들간에 과당경쟁이 벌어져 저가입찰과 이를 보전하기 위한 덤핑하청이 성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청업체들이 부실한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맡긴 업체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굴지의 통신사업자인 H기업은 지난해 국제통신망 소프트웨어개발을 계열사인 K기업에 의뢰했다. 그러자 K기업은 이 일의 일부를 S업체에 적정가격의 절반수준에 넘겼고 S기업은 비용을 더 줄여P기업에다시재하청을 맡겼다. 결국 이렇게 해서 만든 프로그램은 얼마가지 않아 작동을 멈췄다.

또 유통업체인 L기업은 최근 대리점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국내 10대 시스템개발업체중 하나인 P개발에 맡겼는데 얼마안가 고장이 나 수리에 진땀을 뺐다. 확인결과 P업체는 이 일을 영세업체에 재하청을 줬고 하청을 받은 업체는 이미 부도가 나 도산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간의 과당경쟁에 따른 저가입찰과 다단계 덩핑하청의 피해 중 극히 일부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지난해까지 등록된 시스템통합사업자는 1백여개. 이중 10여개를 제외하고는 종업원과 매출액이 적어 독립적으로 하청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몇개의 중소업체가 컨소시엄형식으로 사업을 따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가 자연스럽게 하청을 맡게 되고 이 업체는 다시 영세한 프로그램 개발업자들에게 재하청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것.

S데이터시스템의 한 관계자는 『보통 매출액이 수백억원 이상이고 종업원도 수백명을 둔 큰 업체들도 10억원 이상의 일감을 적정가의 80%선에서 따내 그 차액을 보전하기 위해 염가에 다시 재하청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영세업체들은 일이 있을 때만 잠시 고급기술인력을 고용하고 일이 끝나면 관리비용을 댈 수 없어 회사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업원 30인 이하의 영세하청업체들이 하루에 3백여개 이상이 망하고 그 수만큼 다시 생긴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영세업체의 난립으로 설계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무용지물이 되거나 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韓正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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