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태 보내고 12일만에 꼴찌 추락…‘스몰마켓’ 키움팬은 너무 힘들다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11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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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뉴스1 DB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 /뉴스1 DB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이틀 남긴 7월29일. 주축 선발투수 최원태(26)를 선두 LG 트윈스로 보낸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움은 당시 9위이긴 했지만 5위와의 승차는 3.5게임에 불과했다. 간판 타자 이정후가 사실상 시즌 아웃됐다는 것을 고려해도 후반기를 막 시작한 시점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스스로 지울 수는 없었다.

최원태를 넘겨주고 12일이 지난 시점, 키움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2021년 4월27일 이후 835일만의 ‘10위’.

트레이드 단행 이후 키움의 성적은 1승10패. 트레이드 이후 내리 9연패를 당하며 구단 최다 연패 타이를 이뤘고 9일 경기에서 간신히 연패를 끊었지만 10일 패배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5위 두산 베어스와의 격차는 10게임. 트레이드 당시 5위였다가 현재 3위가 된 KT 위즈와는 3.5게임에서 12게임차로 급격히 벌어졌다. 단순 순위만 꼴찌인 것이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 희망도 쪼그라들었다.

사실 누구라도 예상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이정후가 빠진 상황에서 그나마 리그 상위급이었던 선발진의 한 축이 빠져버리니 버틸 도리가 없었다.

전력은 전력대로 약해졌고 남아있는 선수들의 사기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포기가 아니다”라는 항변 자체가 아이러니였다.

고척돔을 찾은 키움 팬들. /뉴스1 DB
고척돔을 찾은 키움 팬들. /뉴스1 DB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겠지만 누구보다 괴로운 건 키움을 응원하는 팬들이다. 지난 시즌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마쳤고, 대권 도전을 외치며 이정후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했지만 불과 반 시즌만에 팀이 이렇게 되고 말았다.

이정후가 부상을 당한 것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에 가까웠지만,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자 곧바로 유망주와 지명권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리빌딩 버튼’을 누른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키움팬이라면 이같은 일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기에 속이 더 쓰리다. 탄탄한 모기업을 등에 업은 다른 팀들과 달리 키움은 당장 구단 운영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재정 한계가 명확한 팀이다.

그러다보니 외부 전력보강에 많은 돈을 쓰기 어려운 것은 물론, 당장 팀 내 간판 스타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2년 전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박병호를 놓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뉴스1 DB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 /뉴스1 DB
간판급 선수가 FA로 풀리기 전에 일찌감치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아 유망주와 현금 등을 챙긴 사례도 부지기수다. 지난 시즌의 박동원, 올 시즌의 최원태가 그렇게 팀을 떠났다.

물론 유망주를 키워내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은 잠재력을 폭발시켜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았고, 이정후와 안우진 등도 이미 리그 톱레벨로 성장해 해외 진출 가능성이 충분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팀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짧은 팀 역사에 팬층이 두껍지 못한데 간판 스타가 쉽게 팀을 떠나버리면 기존의 팬도 붙잡아두는 것이 쉽지 않다.

그나마 남아 있는 팬들은 매년 반복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답답함만 가중된다. 우승을 노리기보다는 포스트시즌이 최상의 시나리오이고 그마저 쉽지 않다면 언제든 또 다른 주전급 선수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늘 가지고 있어야한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에 없던 대대적인 투자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고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정후마저 떠날 다음 시즌과 그 이후, 키움이 다시 ‘결심’하게 될 날이 언제 돌아올 지는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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