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렸으나 소신으로 빚은 ‘빌드업 축구’, 12년 만에 원정 16강 노린다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2일 01시 21분


코멘트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 후반 벤투 대한민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보이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 후반 벤투 대한민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보이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꿋꿋하게 밀어붙인 ‘빌드업 축구’가 대한민국을 10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이끌었다. 초반에는 아주 비판에 직면하며 배가 많이 흔들렸으나 벤투 감독은 소신으로 자신의 축구를 했고, 월드컵 본선 진출 조기 확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한국은 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라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6승2무(승점 20)가 된 한국은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카타르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지었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이번 카타르 대회까지 10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6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축구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아시아 대륙에 속한 영향도 있으나, 10연속은 분명 대단한 업적이다.

2018년 8월22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은 태극전사들에게 ‘빌드업 축구’를 확실히 이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이전까지 ‘투지’ ‘근성’ 등으로 대변됐던 한국 축구는 벤투 감독을 만나 틀을 바꿨고 높은 점유율을 토대로 후방부터 짧은 패스로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로 달라졌다.

25일 일본 요코하마시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1.3.25/뉴스1
25일 일본 요코하마시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1.3.25/뉴스1
처음에는 맞지 않는 옷이라는 반발이 거셌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8강서 탈락하면서 지나치게 점유율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의미 없이 점유율만 높을 뿐,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항상 변화 없이 같은 라인업을 꺼낸다는 비판도 있었다. 벤투 감독은 거의 모든 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해 왔다. 상대와 상황이 달라졌을 때도 늘 같은 형태를 고수, ‘플랜 B’ 부재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작년 3월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하자 벤투를 향한 비판의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이례적으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성난 팬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사과문을 발표했을 정도다.

‘벤투호’는 월드컵 2차 예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팀들을 상대로도 시원한 승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쳐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추첨에서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팀과 한 조에 묶이자 월드컵 본선 진출이 이번에야 말로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서울과 수원서 펼쳐진 조별리그 1, 2차전 이라크(0-0 무), 레바논(1-0 승)전을 마친 뒤에도 비슷한 반응은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더 늦기 전에 벤투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사령탑으로 본선 진출을 노려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거의 벼랑 끝이었다.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전반 패스를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7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대한민국과 시리아의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전반 패스를 하고 있다. 2021.10.7/뉴스1 © News1
하지만 ‘벤투호’는 우려 속에서도 최종 예선을 치를수록 달라졌다.

지난해 10월7일 안산서 열린 시리아와의 3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극적인 결승골로 2-1로 승리했고,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린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원정에서 1-1로 비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어 11월 아랍에미리트(1-0 승), 이라크(3-0 승)전에서 한층 완성된 조직력을 통해 상대를 압도하면서 벤투 축구도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꾸준히 강조했던 빌드업을 앞세운 태극전사들은 상대에 무관하게 짜임새 있는 축구를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벤투가 뿌리 내린 축구는 1월 터키서 진행된 전지훈련에서도 재조명 됐다. 국내파 위주로 치러진 친선경기에서 많은 활동량과 전방 압박, 상대 수비의 배후를 침투하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꾸준히 전방 압박과 스위칭을 강조한 덕분에 어느 누가 출전하더라도 한국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좋은 경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기세를 이어간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조규성-황의조 투톱 카드로 레바논을 제압했고, 시리아까지 잡아내며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흔들림 속에서도 소신으로 빚어낸 ‘벤투표’ 빌드업 축구를 앞세운 한국은 오는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서 해피엔딩을 노린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이후 두 대회 연속 본선 조별리그서 탈락한 한국은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 이상의 목표에 도전한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