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시가 축구 우승을 차지했을 때

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 입력 2020-07-03 03:00수정 2020-07-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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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팀 리버풀이 지난달 26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직후 홈팬들이 안방구장인 영국 리버풀 안필드 주변에 모여들어 승리의 기쁨을 자축하고 있다.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코로나19를 우려해 집에 머물러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많은 팬이 쏟아져 나왔다. 리버풀=AP 뉴시스
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
“음악과 축구는 모두 감정(emotion)이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오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로프 감독(53·독일)이 구단 채널(LFCTV)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 중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것은 리버풀이란 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그는 “리버풀은 음악의 도시이자 축구의 도시”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 답변에 뒤이은 몇몇 설명이 클로프 감독의 ‘축구관’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리버풀이 음악의 도시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그룹 비틀스 멤버들의 고향이자 비틀스가 결성된 곳이다. 여전히 비틀스 관련 관광상품으로 가득 찬 곳이며 비틀스 외에도 많은 뮤지션을 길러낸 곳이다.


이와 더불어 리버풀이 축구의 도시라고 불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30년간 우승을 하지 못하며 긴 침체기를 겪었지만 이곳을 연고로 하는 리버풀 구단은 한때 ‘붉은 제국’으로 불리며 잉글랜드 및 유럽 축구 무대를 호령했다. 리버풀은 이번 우승으로 19번째 잉글랜드 프로축구 정상에 올랐다. 긴 무관의 세월을 보내고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다 우승 기록(20회)에 바짝 다가선 것만 봐도 과거의 영광이 얼마나 화려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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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청각 중심이지만 축구는 시각 중심이다. 음악 자체는 건축이나 회화 또는 드라마 및 연극처럼 시각을 매개로 하지 않는다. 반면 축구는 눈앞에 펼쳐지는 경기 장면들 없이 존재할 수 없다. 날아다니는 공의 궤적과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이 빚어내는 장면들을 두 눈으로 보지 않고는 축구를 말할 수 없다. 음악과 축구의 외면적 형식은 다르다

그럼에도 클로프 감독이 음악과 축구의 공통점을 거론한 것은 그 형식이 아니라 교감 방식에 대한 것이다. 그가 ‘음악과 축구는 감정이다’라고 말한 것은 사람들이 음악과 축구를 대할 때 논리나 분석보다는 감정이나 열정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뜻한다. 음악처럼 축구도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어 그는 축구가 사람들의 감정을 한데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즐거운 추억과 활력을 나눠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를 통한 행복감의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라운드의 전술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 관점에서의 축구 기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서의 클로프 감독을 상징하는 말은 전방위 압박을 뜻하는 ‘게겐 프레싱’이다. 최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봉쇄하는 이 전술은 극심한 체력 소모와 투지를 필요로 한다. 팬들은 격렬한 클로프 감독의 축구를 강렬한 음악에 빗대 ‘헤비메탈 축구’로 부르기도 했다. 이번 시즌 우승을 이끌면서 리버풀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 중 하나는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22·영국)와 왼쪽 풀백 앤드루 로버트슨(26·영국)을 활용한 역습이다. 알렉산더아널드는 2일 현재 도움 12개(2위), 로버트슨은 도움 8개(4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의 수비수를 활용한 역습과 허를 찌르는 전술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무조건적인 압박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강력하고도 치밀한 전술 운용 능력을 보여준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 자신의 팀 우승이 갖는 사회적 파급력도 잘 알고 있었다. 흥분한 팬들에게 “집에서 나오지 말고 축하하자”고 당부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팬들이 리버풀의 안방구장인 안필드 주변에 모여들어 깃발을 흔들고 불꽃을 흔들었다.

팬들의 자제를 부탁한 그였지만 결국 우승 축하 행사를 통한 행복감의 분출이 필요하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는 상황이 허락되면 팬들과 함께 꼭 우승 퍼레이드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강하게 밝혔다.

리버풀은 음악으로 유명한 도시지만 축구로 행복한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음악과 축구의 형식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음악과 축구를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음악과 축구를 모두 사랑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이원홍 스포츠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음악도시#축구#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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