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대표팀 사령탑 공모제가 과연 타당한 제도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28일 05시 30분


여자농구대표팀 이문규 신임 감독.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여자농구대표팀 이문규 신임 감독. 사진제공|대한민국농구협회
얼마 전 여자농구대표팀 사령탑이 선임됐다. 4명의 후보가 공모를 했고, 이문규 감독이 최종적으로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대한농구협회는 3월에도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며 공모를 실시했다. 공모에 응한 후보가 김상식 감독 1명뿐이었다. 경쟁 없이 결정됐다. 대표팀을 이끌어갈 이 감독과 김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선발 방식 자체다. 한국농구 최고의 팀을 책임질 수장을 선발하면서 최고의 감독을 뽑은 게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대한농구협회가 남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면서 공모를 거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 3년 전부터 공모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권고사항인 만큼 공모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농구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농구협회가 공모로 감독을 뽑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최고·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고, 차선의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공모가 왜 문제인지 살펴보자. 공모에 응한 후보들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정량 평가와 정성 평가를 동시에 실시한다. 평가 점수를 분배하는 것은 협회마다 조금씩 차등이 있긴 하다. 이 부분은 각 협회 자체적으로 조율이 가능하다. 정량 평가는 후보자들의 커리어가 대부분이다. 선수와 지도자 경력사항 등이다. 정성 평가는 감독을 뽑는 위원회가 실시하는 면접 등이다. 그런데 정량 평가에서 너무 높은 점수를 받은 후보가 있다면 정성 평가로는 결과가 바뀔 수 없는 구조다. 선수와 지도자로 대표팀에서 활동한 경력이 많은 후보자가 뛰어들면 다른 후자들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대한체육회가 공모제를 권유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두고 농구뿐 아니라 많은 종목에서 잡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모제 자체가 큰 함정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한체육회가 대표팀 감독 선발 방법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협회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관리와 감독을 하는 쪽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공모제라면 젊고 유능한 지도자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농구는 경기력향상위원회가 전적으로 감독 선발을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공모 절차가 아닌 자체적으로 감독 후보리스트를 만들고, 후보검증을 거쳐 최고의 감독을 선임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농구협회장은 추인만하면 된다. 협회 고위관계자가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된다. 대한축구협회가 한때 A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운영했던 국가대표팀감독선임위원회처럼 일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최고의 감독 아래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제대로 된 대한민국 대표을 꾸릴 수 있다.

최용석 스포츠부 차장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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