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1969년 허윤정부터 2019년 이강인까지…한국축구의 도전은 계속 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8일 05시 30분


허윤정.
한국축구의 첫 해외 도전자는 50년 전인 1969년 홍콩 리그에 진출한 허윤정이다. 그는 1960년대 축구대표팀의 공격을 이끈 스타였다. 당시 홍콩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리그를 운영했는데, 연봉이 꽤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1975년엔 변호영, 강기욱, 박수덕 등 3명의 대표급 선수들이 한꺼번에 홍콩에 진출해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월봉 800달러(미화)와 고급 아파트, 왕복항공권 등이 계약 조건이었다.

차범근을 빼고는 한국축구 도전사를 얘기할 수 없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축구는 1970년대 말 차범근의 독일 진출로 시야가 넓어졌다. 최고의 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차범근은 우리의 롤 모델이었다. 비슷한 시기 허정무도 네덜란드에서 뛰었다. 이후 ‘꿈의 무대’ 유럽을 향한 도전은 줄을 이었다.

1990년대는 일본 J리그 진출이 붐을 이뤘다. 노정윤이 1993년 출범한 J리그에서 크게 성공하자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편에선 유럽 도전도 계속됐다. 서정원(프랑스), 안정환(이탈리아), 설기현(벨기에) 등이 제2의 차붐을 꿈꾸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봇물이 터진 건 2002년 월드컵 이후다. 박지성, 이영표가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무대(EPL)에 안착하면서 한국축구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EPL은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곳으로, 최고 선수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차두리 등도 기대대로 유럽 무대에서 이름값을 했다. 이 같은 호황은 선수들 실력은 물론이고 에이전트 제도의 정착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아울러 미디어의 발달로 유럽 무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대한축구협회도 소매를 걷고 나섰다. 월드컵 4강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우수선수 해외진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02년 10월 프랑스 FC메스에 양동현 등 5명을 보낸 게 시초다. 이후 프랑스(1~3기)를 포함해 포르투갈(4기 1차·SC브라가) 브라질(4기 2차·팔메이라스) 잉글랜드(5기 1차·레딩FC, 5기 2차·볼턴-왓포드) 독일(6기 1차·함부르크SV, 6기 2차·FC뉘른베르크)등 다양한 리그로 유망주를 보내 씨를 뿌렸다.

손흥민(왼쪽). 스포츠동아DB
손흥민(왼쪽). 스포츠동아DB

이들 중 남태희, 지동원 등이 2007년 8월부터 레딩에서 견문을 넓혔다. 또 동북고를 다니던 손흥민은 2008년 7월부터 1년간 함부르크에 유학하면서 폭풍 성장을 거듭했고, 현재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며 한국축구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손흥민은 대한축구협회의 혜택을 본 마지막 케이스다.

2010년 이후 양상은 조금 달라졌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선택으로 유럽 클럽에 입단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 등 바르셀로나 유스 3총사를 비롯해 10대 초반 선수들의 도전이 러시를 이뤘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국내 초등 및 중학생의 해외 이적건수는 총 55건이다. 독일이 35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이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강인. 사진출처|발렌시아CF 공식 홈페이지
이강인. 사진출처|발렌시아CF 공식 홈페이지

요즘 각광 받는 선수는 이강인(발렌시아)과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다.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가 또래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았고, 이제 두각을 드러낸 이들은 앞으로 한국축구를 먹여 살릴 기대주들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환경이 달라 애를 먹었지만 오직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희망의 싹을 틔운 이들이기에 팬들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지난 50년간의 도전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해외에 진출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다. 또 반짝 이름을 알렸다가 잊혀진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전을 멈춰선 안 된다. 도전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더 큰 물에서 놀겠다는 마음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아울러 이런 무한도전이야말로 한국축구를 성장시키는 자양분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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