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미우새→백조’ 장현수 “월드컵은 상처 아닌 경험, 대표팀은 사명감으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0월 19일 05시 30분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풀백까지 두루 커버할 수 있는 장현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풀백까지 두루 커버할 수 있는 장현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우새(미운우리새끼)’로 통했다. 무슨 영문인지 시련의 연속이었다. 특히 2018러시아월드컵은 악몽이었다. 순간적인 판단 미스로 불필요한 태클을 범해 핸드볼 파울, 페널티킥(PK) 찬스를 허용한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1-2)은 영원히 지우고픈 기억으로 남았다.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풀백까지 두루 커버할 수 있는 장현수(27·FC도쿄)를 향한 불신과 조롱은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그치지 않았다. 9월 A매치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칠레 평가전(0-0)에서 후반전 종료직전 부정확한 백패스로 실점 위기를 자초, 돌팔매질을 당했다. ‘제발, 그 얼굴을 A매치에서 보지 않게 해 달라’는 청원 아닌 청원이 각종 축구 게시판에 넘쳐났다.

그러나 꼭 죽으라는 법은 없다. 그라운드에서의 아픔은 결국 그라운드에서 털어야 한다. 그보다 앞서 최악의 시간을 보내다 월드컵을 통해 반전에 성공한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현수도 실력으로 신뢰를 되찾았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평가전(2-1)이 계기였다. 장현수는 ▲ 후방에서 시작하는 빌드업 ▲ 볼을 소유하며 경기를 점유하는 축구 등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철학에 가장 근접하는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에 벤투 감독은 “과거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아주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한다. 특별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보호해야 할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뒤늦게 사령탑의 평가를 확인한 그는 정말 기뻤다. 스승에게 인정을 받는 제자처럼 행복한 이는 없다. 더욱이 벤투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용기를 얻었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장현수. 스포츠동아DB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장현수. 스포츠동아DB

장현수는 모든 여정을 마친 18일,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벤투 감독의 말씀을 전해 듣고) 책임감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은 개인에게 큰 동기부여이자 기쁨이 아닌가”라며 “더욱 솔선수범하며 나태해지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좋은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속내를 전했다.

물론 월드컵에서의 추락 과정은 너무나 아팠다. 나름 단단한 멘탈을 지녔다고 자부했는데 주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티는 게 쉽지 않았다.

“나 역시 사람이다. 솔직히 두 번 다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다만 돌이켜보니 그건 상처가 아닌, 경험에 가까웠다. 정말 성장했는지 나중에 알 수 있겠으나 적어도 성장의 과정을 확실히 거쳤다고 생각한다.”

우루과이~파나마(2-2)로 이어진 10월 A매치 여정에서 장현수는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통해 답을 찾았다. 최대한 쉽게 경기를 풀어가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그러자 실수가 줄어들었고, 보다 무게가 실렸다.

“기본부터 찾아가려 했다. 무엇보다 쉬운 부분부터 찾으려 했다. 대부분의 문제는 무리함에서 왔다. 정확하게 잘라주지 못해 무리하게 다가섰고, 무리하게 볼을 연결하려 했다. 내 자신이 수월하게 움직일 때 만족스러운 경기가 나온다.”

태극마크와 대표팀에 대한 감정도 담담히 풀어냈다. 아시안게임~올림픽~아시안컵~월드컵 등 태극전사로 가능한 메이저 국제대회를 두루 경험한 장현수다. 경기내용과 결과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23명 가운데 한 명으로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특별하다.

“언제까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남을지 모른다. 다만 기회가 있는 한, 열심히 뛰는 게 사명이고 의무다. 과분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어울리는 존재가 돼야 한다. 대표팀이 간절한 이들이 많기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 자만하지 않고, 소중히 매 순간을 보내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