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면 세트피스” 총 169골 중 73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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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러시아 월드컵 각종 기록
VAR 영향 페널티킥 29개 최다, 만주키치 결승전 첫 ‘자책점-득점’
‘점유율 축구’시대도 사실상 마감

“공은 하나니까.”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축구에서 점유율의 중요성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하나의 공’을 소유해야 공격할 수 있고 또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축구 지론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 듯하다. 점유율에서 상대를 압도한 팀이 패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점유율 축구가 저물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점유율(61%-39%), 슈팅 횟수(15-8), 패스 횟수(547-271), 패스 정확도(83-74) 등 대부분의 수치에서 우위를 지켰지만 2-4로 패했다. 3, 4위전에서 잉글랜드 역시 점유율과 슈팅 횟수, 패스 횟수에서 모두 벨기에를 앞섰으나 0-2로 무너졌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으로 꼽힌 한국과 독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독일은 70%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점유율의 함정’에 발목이 잡힌 탓이라는 분석이다.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골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무의미한 숫자일 뿐이다. 사상 최초로 8강에 오른 러시아는 점유율을 포기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번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이긴 세 경기(사우디아라비아전, 이집트전, 스페인전)에서 러시아의 평균 점유율은 37%에 머물렀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 3경기에서 9골을 넣고 2골만을 내줬다. 공을 소유하지 못한 상황에선 활동량을 늘린 러시아는 이 세 경기에서 상대보다 각각 13km, 5km, 9km를 더 뛰었다. 상대가 공을 돌리는 움직임에 맞춰 선수단 전체가 함께 움직이며 압박 수준과 역습 속도를 유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각종 이색 기록이 쏟아졌다. 전체 169골 중 43%에 해당하는 73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페널티킥 역시 29개로 역대 최다다. 세트피스 전술 다변화와 새로 도입된 비디오판독(VAR) 등이 영향을 미쳤다.

32개 참가국 모두가 2골 이상을 기록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월드컵 본선에 데뷔한 파나마가 튀니지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득점하면서 마지막으로 ‘2골 클럽’에 가입했다.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통산 네 번째로 4개 대회 연속 골맛을 본 선수가 됐다. 이집트 골키퍼 이삼 하다리는 45년 161일로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을 갈아 치웠다.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나온 크로아티아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은 결승 역사상 첫 자책골이다. 이날 만주키치는 한 경기에서 자책골과 득점을 동시에 기록한 두 번째 선수가 됐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박강수 인턴기자 성균관대 철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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