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1982년생 친구들의 끝나지 않은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29일 05시 30분


한화 김태균-롯데 이대호(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한화 김태균-롯데 이대호(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한화 이글스
김태균, 26일 KBO리그 통산 300홈런 달성
추신수, 아시아선수 ML 최다 176홈런 작성
이대호, 한·미·일 통산 400홈런에 17개차로
김태균의 한화&이대호의 롯데는 우승할까?
추신수도 챔피언 반지 끼고 은퇴한다면…


김태균(한화), 이대호(롯데), 추신수(텍사스)는 잘 알려진 대로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자, 2000년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주역들이다. 당시 김태균은 천안북일고, 이대호는 경남고, 추신수는 부산고 3학년이었다. 고교를 졸업한 2001년 김태균과 이대호는 KBO리그로 향했다. 추신수의 선택은 달랐다. 미래의 메이저리거를 꿈꾸며 시애틀에 입단했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세 친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자 성공가도를 달리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들이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주말 그들의 방망이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김태균은 28일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이보다 이틀 앞선 26일 문학 SK전에서 KBO리그 역대 10번째 개인통산 300홈런의 주인공이 됐고, 이대호는 27일 고척 넥센전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치며 팀을 연패에서 구했다. 추신수는 기념비적 이정표를 세웠다. 캔자스시티를 상대로 26~27일 이틀 연속 아치를 그리며 아시아선수의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최다홈런인 176개를 찍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한 동반활약인데, 시즌 초에는 부진도 함께했다. 추신수는 새 타격폼이 몸에 익지 않은 탓에 ‘출루머신’의 명성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대호는 팀의 부진과 맞물린 슬럼프로 고민하던 와중에 ‘치킨상자 봉변’까지 당했다. 김태균은 손목 부상 때문이기는 해도 9년 만에 처음 2군을 경험했다. 하지만 어느새 각 팀의 대들보들답게 제 자리로 돌아왔다.

프로선수로 어느덧 18년째다. 훈장과도 같은 숱한 기록들이 그들의 프로필을 장식하고 있다. 김태균과 추신수가 지난 주말 나란히 큰 산 하나씩을 넘는 것처럼 이대호 역시 올 시즌 내로 전인미답의 고지 하나를 밟을 전망이다. 한·미·일 통산 400홈런이다. 28일 현재 KBO리그 통산 271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오릭스·소프트뱅크)에서 98홈런, 2016년 메이저리그(시애틀)에서 14홈런을 날렸다. 400홈런까지 17개가 남아있다.

텍사스 추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텍사스 추신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3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으나 야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모두들 여전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이상의 개인기록은 무의미한지도 모른다. 300홈런을 친 뒤 김태균도, 176홈런을 친 뒤 추신수도 담담한 소감을 전했을 뿐이다. ‘오래도록 야구를 하다 보니 쌓인 기록일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남은 소망은 무엇일까. 추신수는 아직 우승팀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 김태균은 지바롯데에서 2010년,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에서 2014년과 2015년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김태균과 이대호에게도 분명 우승갈증은 있다. 각기 대전구장과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과 함께하는 한화와 롯데의 우승이다.

야구로 엄청난 부까지 거머쥔 행운아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고교생에 불과하던 20년 전 수십억이 아니라 수백억에 이르는 큰 돈을 만질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듯하다. 어느덧 ‘야구부자’가 됐기에 이들에게 유일한 목표는 더더욱 명예일 듯싶다. 챔피언 반지보다 더 큰 보상이 있을까.

물론 쉽지 않은 목표일 게다. 그러나 결코 오르지 못할 나무도 아니다. 당장 김태균과 이대호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한화는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돌풍의 팀으로 변신했고, 롯데는 개막 7연패의 충격을 씻고 차츰차츰 정상궤도로 올라서고 있으니 말이다. 텍사스와 7년 장기계약을 한 추신수에게도 한 번쯤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성공적인 끝맺음도 함께 나누는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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