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는 없지만… 휠체어컬링 ‘오성 어벤저스’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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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은… 평창선 금메달 도전
휠체어컬링엔 스위핑 선수 없어… 투구 힘-각도 일반 컬링보다 중요
그래도 “웨이트” “워∼” 소리 질러 빙질 상태 알리고 상대 기선 제압
“여자 컬링이 비워둔 금메달 자리, 우리가 채워 컬링열풍 완벽 마무리”

‘오성 어벤저스’로 불리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차재관(세컨드), 정승원(서드), 방민자(리드), 서순석(스킵), 이동하(서드). 뒷줄 왼쪽부터 백종철 감독, 황봉경 코치. 동아일보DB
‘오성 어벤저스’로 불리는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차재관(세컨드), 정승원(서드), 방민자(리드), 서순석(스킵), 이동하(서드). 뒷줄 왼쪽부터 백종철 감독, 황봉경 코치. 동아일보DB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 스킵(주장) 서순석(47)이 투구한 스톤이 느린 속도로 하우스를 향해 굴러간다. “웨이트!”(스톤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라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두 번째로 투구한 스톤의 속도가 다소 빨라 보이면 대표팀 선수들은 “워∼”(스톤 속도가 느려져야 한다는 뜻)라고 외친다.

어쩌면 허공에 외치는 소리 같다. 지시에 맞춰 스위핑을 하는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휠체어컬링에서는 휠체어를 탄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해 선수들이 얼음을 문지르는 스위핑(비질)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여자 컬링 대표팀의 최고 유행어 “영미!”(주장 김은정이 리드 김영미에게 스위핑을 지시하는 말)처럼 특정 선수의 이름을 휠체어컬링 경기에서 들을 수 없는 이유다.

지시를 이행할 선수가 없음에도 선수들은 구호를 목청껏 외친다. 마음껏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목이 쉬거나 부었을 때를 대비한 약을 잔뜩 구해 놓기도 했다. 2018 평창 겨울패럴림픽 출전을 앞둔 대표팀 선수들은 “우리가 구호를 외치는 것은 다음 투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스톤이 나아가는 상황을 큰 소리로 전하면서 빙질의 상태나 스톤의 속도에 대한 느낌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 컬링 선수들은 투구 실수가 있어도 스위핑으로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스위핑이 없는 휠체어컬링에서는 한 번 투구할 때의 힘과 각도가 그만큼 더 중요하다. 세컨드 차재관(46)은 6일 “스톤 속도에 대한 구호를 하면서 동료들에게 아이스 상태를 전달한다. 다음 투구자는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스톤을 놓을 때의 힘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은 선수들이 허리를 숙이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투구 보조기구(딜리버리 스틱, 익스텐더 큐라고 불리는 장대)를 써 스톤을 밀어 보낸다.

서드 이동하(45)는 “휠체어컬링은 투구 한 방에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스톤을 던지는 팔의 근육과 손 감각이 중요하다. 팔의 근력을 늘리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작은 공을 만지면서 손가락의 미세한 근육과 감각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이천훈련원에서 하루 6시간씩 훈련해왔다. 선수마다 스톤을 하루 100개씩 투구하며 맹훈련했다. 차재관은 “모두가 함께 구호를 외치면서 스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함께 기원하고, 큰 목소리로 상대 팀의 기를 죽인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경기 중에 조용하다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백종철 감독(43)은 “이천훈련원 컬링장에 관중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붙여놓기도 했고, 비장애인 선수들의 실제 경기 육성과 응원 소리 등을 녹음해 훈련 때마다 틀면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척수 장애인 선수들로 구성된 휠체어컬링 대표팀(세계 7위)은 금메달이 목표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년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최고 성적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브리티시오픈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한국 휠체어컬링은 밴쿠버 겨울올림픽 은메달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드 정승원(60)은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이 금메달 자리를 비워 놨다. 우리가 금메달을 따서 컬링 열풍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은 12개 팀이 참가해 예선을 치른 뒤 상위 4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나선다.

대표팀 선수들은 자신들을 ‘오성(五姓) 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의 성은 모두 김씨였다. 또한 영화 ‘어벤저스’에서 따온 ‘컬벤저스(컬링+어벤저스)’로 불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휠체어컬링 선수 5명은 성이 모두 다르다고 해서 ‘오성 어벤저스’란다. 휠체어컬링 팀에는 여성 한 명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한국팀은 스킵 서순석, 세컨드 차재관, 서드 정승원 이동하에 리드 방민자(56)가 여성 멤버로 참가한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재형 기자
#휠체어컬링 대표팀#평창 동계 패럴림픽#차재관#이동하#백종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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