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FA 재자격 4년, 보상선수 규정부터 손질하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1월 16일 05시 30분


올해 FA 시장에는 지석훈, 이종욱, 채태인, 정근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를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나이와 계약기간 때문에 영입을 망설이는 구단들이 많다. FA 재자격 취득 연수와 보상 제도를 개선하면 베테랑과 중저가 FA 선수들의 활발한 이적을 유도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올해 FA 시장에는 지석훈, 이종욱, 채태인, 정근우(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를 비롯해 베테랑 선수들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그러나 나이와 계약기간 때문에 영입을 망설이는 구단들이 많다. FA 재자격 취득 연수와 보상 제도를 개선하면 베테랑과 중저가 FA 선수들의 활발한 이적을 유도할 수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8일 개장됐지만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첫 날 문규현이 ‘2+1년 10억원’의 조건에 롯데에 잔류한 것이 유일하다. 13일 황재균이 kt와 4년간 88억원에 계약했지만, 지난해 해외무대에 진출했다가 돌아온 선수로 올해 FA를 신청한 18명에는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다.

최근 FA 계약 규모가 커지다보니 아무래도 구단과 선수가 사인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FA는 아예 협상 테이블조차 열지 못한 채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원소속구단에서도 시큰둥하고, 다른 구단에서는 보상(직전연봉의 200%+보상선수 1명 또는 직전연봉의 300%)이 걱정돼 입질을 하지 않는다.

특히 올해는 FA 선언 선수 중 유난히 노장 선수들이 많다. 나이 든 선수와 FA 계약을 할 때는 보상도 보상이지만 계약기간이 늘 발목을 잡는다. 한 번 FA 권리를 행사하면 무조건 4년 후 FA 재자격을 얻기 때문에 구단과 선수가 보장 연수를 놓고 충돌한다. 선수는 최대한 긴 계약기간을 요구하고, 구단은 나이에 따른 위험부담을 덜기 위해 짧은 계약기간을 선호한다.

F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 FA 재자격을 얻는 선수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첫 FA 때는 선수를 키워온 구단에 대한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FA 계약으로 영입해 활용한 선수에 대해 굳이 또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줘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단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FA 자격을 얻는 구조로 바꾸면 된다. 메이저리그와 같은 방식이다. 구단은 FA 선수가 많아져 비용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걱정하지만, 반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럽고, 실리를 따지는 구단이라면 FA 시장에 나온 중저가 선수를 필요한 기간만큼 계약하면 되기 때문이다. 1년이나 2년짜리 계약의 경우 계약금을 없애거나 낮게 책정할 수도 있다.

손시헌-최준석(오른쪽). 스포츠동아DB
손시헌-최준석(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예를 들어 가상이지만, LG는 올 시즌 후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군입대를 할 경우, FA 시장에 나온 손시헌(37)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나이와 기량을 고려해 손시헌과 2년간 계약을 하고 적정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손시헌 역시 4년 후 재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라 2년 동안 가치를 인정받은 뒤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면 장기계약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1루수나 지명타자로 홈런을 칠 수 있는 거포가 필요한 삼성도 최준석(34)을 2년 정도 활용할 선수로 보고 데려갈 수도 있다. FA 재자격 4년 규정만 없어도 이종욱(37), 정근우(35), 이대형(34), 채태인(34), 지석훈(33) 등 35세 안팎의 선수들의 계약과 이적이 훨씬 자유로워진다. 2년 혹은 1년 계약도 활성화될 수 있다.

선수는 단기계약 후 가치를 증명하면 다음에 더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 구단도 4년이라는 기간에 발목 잡히지 않고 냉정하게 선수를 평가해 필요한 기간만큼 계약하고 이후 재계약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갈수록 특급 FA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나머지 FA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선수 등급제의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보상 규정과 FA 재자격 취득 규정만이라도 먼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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