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에 ‘혼성’ 도입…변화에 대비하는 신궁 코리아의 품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5시 45분


2020도쿄올림픽을 정조준 한 한국양궁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남녀 혼성종목이 추가되면서 메달밭이 더욱 커졌다. 청주김수녕양궁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단체전 모습. 청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2020도쿄올림픽을 정조준 한 한국양궁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남녀 혼성종목이 추가되면서 메달밭이 더욱 커졌다. 청주김수녕양궁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단체전 모습. 청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IOC, 도쿄올림픽 혼성종목 추가 결정에
전국체전에도 양궁단체 혼성 경기 추가
시·도 대표 팀 혼합해 부별 대항전 치러


특정 스포츠 단체에서 유쾌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모든 종목들이 양궁만 같았으면….”

대한민국 양궁은 그만큼 선진적인 시스템을 자랑한다. 성적부터 남다르다.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양궁이 가져온 금메달만 무려 23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단체전을 싹쓸이했다. 특별히 여자양궁은 리우 대회까지 최근 8차례 올림픽 단체전을 연달아 제패하는 영예를 누렸다.

이러한 한국양궁에 또 다른 희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 대회부터 기존의 세부종목에 혼성 종목을 추가하기로 결의했다. 세계양궁연맹(WA) 주요 회원국들도 이번 결정을 반겼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모두 5개 금메달이 걸린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우리 태극궁사들이 서는 모습을 지켜볼 가능성이 더 커졌다.

물론 한국양궁은 국제 양궁계의 변화를 빨리 받아들였다. 리우올림픽 직후인 지난해 10월 충남 일원에서 개최된 제97회 전국체육대회 현장에서는 ‘올림픽 혼성종목 추가’소식이 현장 양궁인들의 최대 화두였다. 남녀대표팀 엔트리에서 1명씩, 국가별 2명이 출전해 번갈아 시위를 당기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 역시 일찌감치 나왔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혼성종목을 2017년도 주요 국내대회 때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충북 일원에서 진행 중인 전국체육대회에도 양궁 단체전 혼성 경기를 추가했다. 25일 청주 김수녕양궁장에서 열린 제98회 전국체육대회 양궁 남녀 단체전이 끝난 뒤 혼성 종목을 소화했다.

다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팀들은 자체적으로 혼성팀 구성이 가능하지만 상당수 팀들은 남녀 선수단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결국 특정 팀에서 남녀 선수들이 짝으로 묶이는 혼성팀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양궁계가 짜낸 묘안이 권역별 팀이다. 시·도 대표 팀들이 혼합해 고등부∼대학부∼일반부 대항전(16강∼결승)을 펼쳤다. 올림픽 종목 리커브는 물론, 컴파운드 부문도 혼성경기를 치렀다. 올해는 시범 종목이고, 정식 종목으로는 내년 10월 익산을 중심으로 전북 일원에서 개최될 제99회 대회부터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양궁은 숱한 견제를 받아왔다.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부터 1대1 토너먼트로 바꿨고, 2012년 런던대회에서 개인전에 한해 세트제를 도입한 뒤 리우대회에서는 단체전에도 세트제를 반영했다. 보는 재미를 더하겠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국은 한국의 독주를 막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언제, 어떠한 변화에도 한국양궁은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위상을 지켰다. 오히려 더욱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실력을 유지했다. “우리 양궁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남녀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기회는 부족해도 혼성 방식에 익숙해지고 내성을 키우면 딱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어느 양궁인은 활짝 웃었다.

청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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